[세월호 특별법 극적 타결] 전전긍긍 野… 장시간 토론에도 갈피 못잡아

입력 2014-08-20 05:53
여야 원내대표가 세월호 특별법에 재합의한 19일 양당 분위기는 크게 엇갈렸다. 새누리당은 곧바로 의원총회를 열어 재합의안을 박수로 추인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반대 의견을 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찬물을 끼얹은 듯한 분위기가 됐고, 추인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새정치연합, 갈피 못 잡고 장시간 토론=재합의안 발표 후 개최된 새정치연합 의총에서는 “유가족을 설득해 합의안을 추인하자”는 주장과 “유가족 의견이 우선”이라는 반론이 충돌했다. 합의안 추인 여부보다는 유가족들이 받아들일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도 역력했다. 그러던 중 국회에서 농성 중이던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가 재합의안을 반대하자 ‘혹시나 했던 기대는 역시나 하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합의안 발표 후 비교적 밝았던 박영선 원내대표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오후 6시부터 시작된 의총은 자정까지 이어졌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유가족 동의 없이는 안 된다는 발언이 계속됐다”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도 “특검에 관한 한 여당은 ‘벽’과 같다”며 “유가족 의견을 듣자는 말이 더 많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쉽사리 재합의안을 거부하지도 못했다. 지난 7일 원내대표 합의안에 이어 재합의안까지 대놓고 거부할 경우 박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가족을 상대로 한 설득 작업에도 공을 들였다. 김영환 전해철 부좌현 의원 등은 의총 중간에 빠져나와 유가족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특별법 태스크포스(TF)의 한 관계자는 “합의사항 발표 전 유가족 대표 몇 명과 만났고 이분들은 어느 정도 공감을 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가족들, “매우 유감”=유가족들은 “절대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재합의안을 강력히 비판했다. 이들은 오전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만나 내곡동 특검처럼 야당이 특별검사를 추천하는 방안, 특검후보 추천위원 여당 몫 2명을 야당 몫으로 돌리는 방안, 특검후보 추천위원 여야 몫 4명을 모두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추천하는 방안 등 3가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김병권 세월호 가족대책위 위원장은 “결과가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대책위 유경근 대변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교묘히 유가족 끌어들여서 모양새만 그럴듯하게 갖춘 합의”라고 비난했다.

◇새누리당, 의총 보고 후 5분 만에 추인=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합의사항을 보고한 뒤 “추인해주지 않는다면 원내대표 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이 원내대표는 합의내용 중 특검 추천위원에 관한 사항을 설명하면서 “(의원들에게) 몽둥이질을 받을 거 같다”며 큰절도 올렸다. 일부 의원들은 “굴종적인 양보”라며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보고가 끝나자 김 대표는 “그동안 너무 고생했다”며 “합의안에 대한 불만을 공감하지만 어렵게 합의본 걸 추인해주는 게 여당이 할 수 있는 몫”이라며 이 원내대표를 거들었다. 새누리당은 의총을 비공개로 전환한 뒤 5분여 만에 합의문을 추인했다.

엄기영 전웅빈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