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도 사람처럼 해마다 나이를 먹습니다.
주민등록증이 없는 나무의 나이는 밑동을 싹둑 잘라 나이테를 헤아려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무의 나이를 알기 위해 멀쩡한 나무를 자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학자들은 나무의 중심까지 볼펜 굵기만한 구멍을 뚫은 후 시료를 채취해 나무의 나이를 알아냅니다. 이밖에도 탄소를 이용한 연대 측정과 역사적 기록에 근거해 나무의 나이를 추정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천연기념물이나 지방자치단체 보호수로 지정한 나무들은 나이를 먹지 않습니다. 천연기념물 제103호로 지정된 충북 보은의 정이품송은 50년 전에도 600살이고 지금도 600살입니다. 홍성군청 앞에 뿌리를 내린 두 그루의 느티나무는 역사적 기록에 의하면 지금으로부터 656년 전인 1358년에 심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시 씨앗을 뿌렸을 리는 만무하고 작은 나무를 옮겨 심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느티나무의 실제 나이는 700살쯤 됩니다. 그런데도 홍보책자나 인터넷 등에는 600살 혹은 650살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사람도 아닌 나무의 나이가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기록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풍조입니다. 나무의 나이는 천연기념물이나 보호수로 지정될 당시 안내판에 새겨진 수령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안내판을 해마다 교체할 수는 없지만 홍보책자 등에는 ‘1982년 기준 650살’ 등으로 기록해야 정확하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으면 그 나무는 50년 후에도 650살, 100년 후에도 650살이 되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노거수와 관련된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천연기념물이나 보호수로 지정된 대부분의 나무는 수령이 600년이라는 것입니다. 지금으로부터 600년 전은 여말선초입니다. 고려가 멸망하고 조선이 건국되던 이 시기에 하필이면 전국에 은행나무와 느티나무를 왜 많이 심었을까요? 태조 이성계가 산림녹화를 했다는 기록은 없는 것으로 보아 학자들이 고목의 나이를 무조건 600살이라고 판정 내린 것은 아닌지 궁금합니다.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박강섭의 시시콜콜 여행 뒷談] 노거수는 왜 모두 600살일까?
입력 2014-08-21 0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