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이 보여준 섬김의 모습은 교회의 사명을 되새기게 만들었다. 개신교가 그동안 너무 물질적이고 외적인 부분에만 치중한 것은 아닌지….”(이후정 감리교신학대 신학대학원장)
“개신교와 가톨릭은 신학·교리적으로 다르고, 성경 접근과 해석도 다르다. 다른 점을 인정하고 각자의 사명을 감당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박종순 충신교회 원로목사)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한국 사회뿐 아니라 개신교에도 적잖은 메시지와 과제를 던졌다. 많은 목회자들은 사람들이 종교의 유무, 가톨릭교인 여부를 떠나 교황에게 박수를 보낸 이유를 되새겨보고 배울 점은 배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동시에 ‘오직 복음’에 기초한 개신교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여기에서 어긋난 가톨릭의 문제점을 성도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주문도 많았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이홍정 사무총장은 19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낮은 곳으로 향해 작은 자들을 보듬는 모습에서 가식이 아니라 인격에서 우러나는 진정성이 엿보였다”면서 “특히 ‘성장하는 교회, 선교하는 교회가 악마의 유혹에 빠져 부자들을 위한 교회가 되면 안된다’는 말씀이 가슴에 깊이 남았다”고 말했다. 이어 “돈과 권력과 명예에 사로잡힌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기를 비워내는 교회의 모습이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도 전날 김영주 총무 명의의 성명서를 내고 “종교인들은 교황이 보여준 청빈과 겸손을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무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극히 낮은 곳으로 임하신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한 종교인의 모범”이라며 “교황 방한이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정 감신대 신대원장은 “(교황 방한이) 한국교회가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는 기회가 돼야 한다”면서 “개신교가 그동안 물질적이고 외적인 부분에만 치중한 것이 아닌지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개신교는 위대한 유산을 갖고 있는 만큼 위축될 필요는 없다”면서 “앞으로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순 충신교회 원로목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른 교황들에 비해 소탈하고 서민적이며 인상도 좋았다”면서 “그러나 교황은 세계 천주교의 지도자이지, 모든 종교의 지도자는 아닌데도 언론이 교황만을 중심으로 보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목사는 “가톨릭은 개신교와 달리 단일지도체제를 갖고 있어 일사불란하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반면 개신교는 민주적이고, 다양한 의견수렴이 가능하므로 때로 충돌이 있어도 이를 장점으로 받아들여 잘 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래목회포럼 이사장 오정호 목사도 중심과 균형을 잃은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오 목사는 “교황의 동선이 실시간으로 방영됐는데, 이는 언론의 형평성 원칙을 어긴 것 아니냐”면서 “언론이 중심을 잡았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주요 목회자들도 주일 설교 등을 통해 교황 방한을 언급하며 개신교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이동원 지구촌교회 원로목사는 지난 17일 주일 설교에서 ‘교황 방한 신드롬’에 대해 얘기하면서 “교황의 소박함과 따뜻함, 겸손함과 소탈함,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돌봄의 마음을 배워야 한다”면서도 “종교개혁 이후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에 교리적 차이점이 존재하므로 이에 대한 분별이 필요하고 교리적 토론과 비판도 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찬수 분당우리교회 목사는 “다른 종교를 얘기할 필요 없이 우리(개신교)를 돌아봐야 한다. 우리가 성경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교회가 성경의 영향력 속에 거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장합동 총회 백남선 부총회장은 “개신교가 진리인데도 성경과 다른 가톨릭이 국민으로부터 저토록 높은 신망을 받는 것은 개신교인들이 잘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 개신교인들은 믿음과 말씀을 생활화하고 약한 자들을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찬 백상현 박지훈 이사야 기자
“낮은 자와 늘 함께하고 복음 본질로 돌아가는 기회 삼아야”
입력 2014-08-20 0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