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을 틈타 ‘카드깡 대출’ 방식의 불법 사채업을 하고 고액 수수료까지 받아 챙긴 가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신용카드 결제금액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카드깡’ 수법으로 14억여원을 불법대출해준 혐의(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등)로 박모(44)씨를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계좌 명의를 빌려주고 수수료를 챙긴 박씨의 여동생(43)과 처제 김모(41)씨, 가맹점 명의를 빌려줘 범행을 도운 19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박씨 일당은 지난해 7월 수수료 3%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인터넷 쇼핑몰, 농수산물 유통업체 등 사정이 어려운 영세업체 대표들의 명의와 현금인출카드, 결제통장 등을 빌려 카드가맹점 3곳을 열었다. 이후 생활정보지에 광고를 내 급하게 현금이 필요한 서민 657명을 모집했다.
이들은 돈을 빌리러 온 사람들에게 실제 물품 거래 없이 쇼핑몰 등에서 카드 결제를 하도록 유도한 뒤 수수료 명목으로 15∼20%를 뗀 나머지 금액을 현금으로 건넸다. 피해자들의 카드 대금이 입금되면 바로 차명계좌로 이체시켜 금융기관의 추적을 피했다.
이들은 10개월간 이런 수법으로 총 1023차례에 걸쳐 14억3000만원어치의 허위 매출을 일으킨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가 이 과정에서 수수료 명목으로 받아 챙긴 돈은 2억원에 달한다. 피해자 대부분은 신용불량자로 카드 대금이 연체되자 지인과 가족 명의의 카드까지 동원해 카드깡 대출을 받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인 A씨(40)의 경우 신용카드로 400만원을 결제한 뒤 수수료 80만원을 뺀 320만원을 빌렸다. 그러나 다음 달 카드 결제 대금을 마련하지 못하자 다시 500만원을 카드로 긁고 400만원을 빌리는 등 ‘돌려 막기’를 하다 결국 사채 빚을 내야 했다. 주부 B씨(29)는 가족과 지인 카드 7개를 빌려 4개월 동안 60차례 2억여원의 카드깡 대출을 했다.
박씨 일당은 카드 대금을 갚지 못하는 피해자 47명에게 자신들이 운영하는 무등록 대부업체를 소개한 뒤 법정이자율(연 35%)의 5배가 넘는 연 180%의 고리를 받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카드 가맹점 명의를 빌려준 업체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캐고 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급전 필요 서민 657명 덫에… 14억 긁게한 가족 카드깡단
입력 2014-08-20 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