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의 죽음 이야기… 소설 아니면 쓸 수 없었다”

입력 2014-08-20 03:20

재일동포 출신으로 일본의 비판적 지식인이자 유명 작가인 강상중(64·사진) 세이가쿠인(聖學院)대학 총장이 소설 ‘마음’(사계절)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아마추어 소설가가 쓴, 스스로 “소설 같은 것”이라고 한 이 소설은 지난해 봄 일본에서 첫 출간된 이래 30만부나 팔렸다. 강 총장은 일본 100만부, 한국 10만부 판매 기록을 세운 ‘고민하는 힘’을 비롯해 ‘살아야 하는 이유’ ‘사랑할 것’ 등 여러 권의 책을 냈지만 소설은 처음이다.

19일 서울 종로구 서소문의 한 음식점에서 그를 만났다. 소설을 쓴 이유를 묻자 강 총장은 몇 년 전 20대의 젊은 나이에 우울증으로 자살한 아들 얘기를 꺼냈다. 그는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 ‘나오히로’는 죽은 제 아들의 이름”이라며 “내 아들의 죽음을 다룬 것이기에 소설이라는 장르가 아니면 쓸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 아들이 죽었을 때, 정말이지 어떻게 살아야 되나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그 고민 속에서 제가 남긴 게 이 소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죽은 사람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그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까가 살아남은 자의 아주 큰 숙제가 된다”며 “살아남은 사람들은 죽어간 사람들이 남긴 이야기를 그 다음 세대에 전달해야 한다. 그것이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남은 생을 살아가는 의미가 된다”고 덧붙였다.

‘마음’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고통스러워하는 젊은이가 죽음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소설 속 주인공은 친구를 잃고 죽음의 의미를 질문하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현장에서 자원봉사자로 사체 인양 작업에 참여한다. 주인공은 실제 인물로 강 총장이 근무하는 대학의 졸업생이라고 한다. 강 총장은 이 학생을 수소문해서 만났고, 그 학생과 강 총장이 주고받은 이메일이 소설의 앞부분을 차지한다. 강 총장도 원전 사고 2주 후 사고지역을 찾아갔다고 한다. 그 역시 죽음의 의미를 묻고 있었던 것이다.

강 총장은 “세월호 사건은 일본의 동일본 대지진이나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와 같은 충격을 한국에 주었다”며 “이 비극이 몇 년 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되는 게 가장 두렵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