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간 ‘퇴계 이황(1501∼1570) 연구’에 매진해 온 동양 철학의 대가 이광호(65·사진) 연세대 철학과 교수가 오는 29일 퇴임한다. 이 교수는 후학들을 위해 가보처럼 소장하던 유물 3점을 연세대 박물관에 기증할 예정이다.
이 교수는 1975년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해 같은 대학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83년부터 한림대 태동고전연구소·철학과, 중국 저장대(浙江大) 한국연구소 등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2001년부터는 연세대에서 후학을 양성해 왔다.
이 교수는 퇴계와 율곡 이이가 주고받은 편지와 시문을 최초로 번역해 저서 ‘퇴계와 율곡, 생각을 다투다’를 펴냈다. 또 퇴계가 임금에게 올린 상소문인 ‘성학십도(聖學十圖)’ 등 중요 문헌도 다수 번역해 지난해 퇴계학술원으로부터 퇴계학학술상을 받았다. 이 상은 2001년 이후 12년 만에 수여됐다.
이 교수는 임금이 알아야 할 학문의 요체를 10장의 그림에 담은 성학십도 초본 목판본과 퇴계가 제자 김성일에게 준 일종의 유학 지침서인 ‘병명(屛銘)’ 목판본, 중국 남송시대 경전인 ‘심경(心經)’에 해석과 설명을 단 책인 ‘심경부주(心經附註)’를 연세대 박물관에 기증키로 했다.
성학십도 초본은 현재 통용되는 완성본과 7∼8번 그림의 순서가 다르고, 방점과 세모 표시 등이 새겨져 있다. 이는 퇴계가 성학십도를 수차례 수정했음을 보여준다. 병명 역시 오늘날 전해지는 완성본과 내용이 다른 수정 전 판본이다.
이 교수는 “모든 분야에서 서양 학문이 강조하는 과학적 법칙과 물질적인 것만 중시하면서 곳곳이 정신적 공황에 빠졌다”며 “인간의 마음을 중시하는 동양 학문에 대한 연구가 회복돼 진정한 동서양 융합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퇴임 소감을 밝혔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40년 쌓아올린 ‘퇴계학’ 후학에…
입력 2014-08-20 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