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 국민적 공감대 속 논의 시작됐지만…

입력 2014-08-20 03:21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19일 서울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공무원연금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후 대통령 면담 요청서를 청와대에 전달하러 나서다 경찰에 제지당하고 있다.연합뉴스

박근혜정부가 제시했던 공무원연금제도 개선 논의가 시작됐으나 당사자인 공무원들이 반발하고 있어 제도 개선에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적자로 인한 거액의 세금 투입과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문제로 제도 개선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된 상태다. 하지만 당사자인 공무원들의 반발 등을 고려해 당·정·청도 극도로 신중한 모습이다.

청와대와 정부, 새누리당은 19일 청와대에서 정책협의회를 갖고 공무원연금제도 개선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도 개선에 대한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깊이 있는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날 정책협의회에는 주호영 정책위의장과 강석훈 정책위부위원장,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이상 새누리당), 조윤선 정무수석과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안종범 경제수석(청와대), 추경호 국무조정실장과 박경국 안전행정부 1차관(정부) 등이 참석했다.

안행부 관계자는 “국민 부담을 덜고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맞추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런 취지를 회의에서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과 정부는 사안의 민감성을 의식한 듯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회의가 끝난 후에도 협의 내용을 아예 공개하지 않았다.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당에서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당·정·청은 큰 틀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 조만간 본격적인 논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공무원연금은 적자가 누적되고 있어 제도 개선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납세자연맹이 공무원연금공단에 청구해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1∼2013년 12년간 공무원연금 누적적자는 12조2265억원이고 이를 모두 세금으로 메웠다. 지난해에만 1조9982억원의 적자를 국고에서 보전했다. ‘조금 내고 많이 받는’ 현 공무원연금 제도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2021년 이후에는 국고로 메워야 하는 공무원연금 적자가 한해 7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당·정·청은 공무원연금 지급액을 단계적으로 낮추는 방식의 개혁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은 ‘덜 받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하면서 퇴직연금 등 다른 부분에서 손실분을 보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무원 개인이 내야 할 부분인 기여율과 받아야 할 부분인 소득대비지급률(소득대체율) 중에서 우선 소득대체율을 현행보다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도 공무원의 재직기간 1년마다 부여되는 연금 수령액의 증가폭을 연차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재직기간이 1년 늘어날 때마다 소득대체율이 평균 1.9% 포인트 높아지지만 개선안이 확정될 경우 2020년에는 1.52%로 떨어지게 된다.

공직사회는 그러나 당과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당·정·청이 이날 공무원연금 관련 개혁 논의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자 “당사자인 공무원들을 배제한 밀실논의를 즉각 중단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논의체계를 구축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새누리당과 박근혜정권이 일방적으로 공무원연금법 개악을 추진한다면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