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 있는 국정감사를 위해 여야가 도입하기로 합의한 ‘연(年) 2회 분리 국감’이 첫발도 떼기 전에 휘청거리고 있다. 올해 처음 시도하는 제도라 낯설기만 한데 여야의 정쟁으로 분리 국감을 실시하기 위한 법률적 정비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감을 실효성 있게 실시하기 위해 도입된 분리 국감이 시작부터 회의론에 부딪힌 것이다.
◇분리 국감 탄생 배경=여야는 매해 9월 정기국회 때 한 번만 하던 국감을 올해부터 상반기와 하반기에 나눠 두 번 실시키로 지난 1월 말 잠정 합의했다. 시간에 쫓겨 국감을 실시하다 보니 한 국회 상임위가 하루에 10곳이 넘는 피감기관을 감사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이러다 보니 국감이 끝나면 ‘부실 국감’ ‘수박 겉핥기 국감’ ‘호통 국감’이라는 비난이 해를 거르지 않고 쏟아졌다.
분리 국감은 행정적 낭비 없이 국감을 실효성 있게 실시하자는 반성에서 출발했다. 피감기관들에도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주겠다는 배려의 뜻도 담겨 있었다. 또 연말에 예산안 심의 등 일이 몰려 있는 것을 감안해 국회 업무를 효율적으로 분산시키려는 의도도 깔려 있었다.
이에 따라 여야는 연례행사처럼 매해 정기국회 회기 기간 중 20일 동안 실시한 국감을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각각 10일씩 나눠 실시하는 데 합의했다. 상반기의 경우 6월, 하반기는 9월이 유력했다.
하지만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6월 국감을 실시할 겨를이 없었다. 여야는 6월 말이 돼서야 분리 국감 일정을 최종 확정했다. 1차 8월 26일∼9월 4일, 2차 10월 1∼10일 나눠 실시키로 합의한 것이다.
◇회의론 증폭=여야는 분리 국감 실시에만 합의했을 뿐 법률적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과 관련한 여야의 지루한 힘겨루기 때문이었다.
국감의 법적 근거가 되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2조 1항은 ‘국회는…매년 정기회 집회일 이전에 감사 시작일부터 3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감사를 실시한다. 다만, 본회의 의결로 정기회 기간 중에 감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올해 1차 국감을 진행하는 데도 어려움이 없지 않다. 정기국회는 9월 1일 열리기 때문에 정기국회 회기와 겹치는 일정(9월 1∼4일)에 국감을 실시하기 위해선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만약 국회 파행이 계속돼 본회의를 열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면 1차 국감은 8월 31일에 끝나야 한다.
올해의 특수한 정치 스케줄도 분리 국감 회의론을 부추기고 있다. 6·4지방선거에다 ‘미니 총선’으로 불렸던 7·30재보선이 연달아 실시돼 여야 모두 국감에 신경을 쏟을 형편이 못됐다. 2012년 4·11총선으로 구성된 19대 국회가 반환점을 돌아 후반기 원 구성이 지난 6월 말 완료됐다. 상임위원회를 새로 배정받은 의원들 중 일부는 업무파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세월호 특별법 협상으로 국회가 공전하면서 의원들이 사실상 업무에 손을 놓고 있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국감을 나눠 실시한다고 해도 효율성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첫 ‘분리 국감’ 의사봉 들 수 있을까… ‘부실 국감’ 대책도 부실 예고
입력 2014-08-20 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