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원교] 샤오미(小米)의 최후 운명은?

입력 2014-08-20 03:27
“나는 레이잡스라는 별명이 싫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小米)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레이쥔(雷軍)의 말이다. 고인이 된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딴 닉네임이 그에게 붙은 건 이상할 게 없다. 샤오미가 ‘중국의 애플’로 불릴 만큼 애플 베끼기를 계속해 온 탓이다.

샤오미가 지난 2분기에 중국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스마트폰 판매량 1위로 올라섰다. 2010년 회사(샤오미테크·小米科技)를 설립한 지 불과 4년 만에.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스마트폰 분야에서 삼성을 위협할 중국 업체로는 레노보(중국명 롄샹·聯想)나 화웨이(華爲)가 꼽힐 정도였다.

샤오미는 ‘짝퉁 애플’로만 볼 수 없는 요소도 갖고 있다. 우선 레이쥔을 보자. 그는 1969년생, 올해 45세다. 후베이(湖北) 출신으로 1987년 우한(武漢)대학 컴퓨터학과에 들어갔다. 우한대학은 일정한 학점만 이수하면 졸업을 허용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었다. 이에 2년 만에 졸업에 필요한 모든 학점을 따버렸다.

대학 4학년 때는 친구 2명과 함께 싼써(三色)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허름한 사무실에서 쪽잠을 자며 첫 제품으로 중국어를 구현하는 PC카드를 만들었다. 하지만 기술을 도용당해 반년 만에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기간은 각종 소프트웨어를 섭렵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92년 초 그는 베이징으로 갔고 진산(金山·킹소프트)에 합류했다. 진산은 ‘WPS’(워드프로세서)를 만든 소프트웨어의 선도적 기업. 그 뒤 휴대전화와 인터넷에 미래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샤오미테크를 설립했다. 레이쥔은 이처럼 단순한 모방꾼을 넘어 ‘꿈을 가진 경영인’이었다.

샤오미가 추구하는 전략은 남다르다. 핵심은 ‘고사양 초저가’. 갤럭시나 애플의 절반 가격도 안 되지만 제품 스펙은 그에 못지않다. 샤오미는 안드로이드를 자신의 입맛에 맞게 고친 미우이(MIUI)라는 운영체제(OS)를 적용한다. 미우이는 매주 업데이트돼 이용자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중국 최대 검색 사이트 바이두(百度)는 최근 토론광장에 ‘모방의 달인, 샤오미의 최후 운명은?’이라는 주제를 올렸다. 네티즌 과반수는 샤오미의 미래를 어둡게 봤다. 기술력 부족을 그 이유로 꼽았다.

샤오미는 중국 정부를 위해 이용자들의 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한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레이쥔은 레이잡스라는 별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처럼 과연 난제들을 극복하고 계속 활로를 열어갈 수 있을까.

정원교 논설위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