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대車 노사를 향한 이기권 장관의 쓴소리

입력 2014-08-20 03:25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파업 수순을 밟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 노조는 물론 사용자 측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18일 기자간담회에서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자기중심적 노조활동을 하면서 많은 문제를 노출시켰다”고 지적했고, 사측에 대해서는 하도급이나 간접고용 등 편한 길을 추구했던 관성을 벗어나라고 요구했다. 비판의 요지는 현대·기아차 노사가 그간 담합을 통해 하도급업체에 돌아가야 할 성과배분 몫을 빼앗아감으로써 원·하청업체 노동자 간 임금과 근로조건의 격차를 확대시켰고, 간접고용을 늘려 왔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인식은 노사관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론이지만, 주무장관이 이를 공론화했다는 것은 평가할 만하다.

사실 과거 노동부 장관들은 대공장 노조들의 파업 국면에서 ‘파업에 신중을 기해 달라’거나 ‘공권력 투입’을 검토하겠다는 식으로 주로 노조를 압박하는 데 주력했다. ‘귀족’노조들이 기득권을 지키려고 파업한다는 노조 일방에 대한 비판이 주류였다. 그렇지만 적어도 현대차 사용자들은 결국 임금을 일정 폭 올려줄 거면서 거의 매해 노조의 파업을 방조해 온 게 사실이다. 현대차뿐만 아니라 대다수 공기업 사용자도 노조의 파업이나 파업 위협을 임금과 복지수준 인상의 구실로 삼는 공모나 담합을 일삼았다.

이 장관은 대안으로 원청 노동자가 임금인상을 자제해 하도급 노동자와의 임금격차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며, 노사는 고용을 늘리기 위해 새로운 임금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정부가 개별 기업의 임금 인상 폭이나 임금체계에 직접 개입할 수단은 없다. 그렇지만 이 장관의 말마따나 통상임금 적용범위 판결, 근로시간 단축 요구, 법정 정년 60세 연장 등의 시그널(신호)이 보여주듯이 “새로운 전환을 해야 할 절실한 시점에 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 장관은 “당사자가 변화를 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면 일본 도요타자동차처럼 원·하청(재하청) 업체 노사가 4자, 혹은 6자간 협의체를 구성해서 사안별 공동교섭을 하도록 정부가 제도화할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