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쯤 가수 뒤에서 춤출 땐 카메라를 쳐다보면 혼났어요. 이번엔 우리들의 손짓, 눈빛 하나 하나가 ‘집중 받고 있구나’ 느꼈죠.”(김설진)
언제나 스포트라이트는 가수에게 떨어진다. 무대에 서고 싶은 댄서들은 제 돈을 내가며 공연을 꾸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춤을 추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댄서에 대한 이미지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이들의 춤을 더 빛나게 포장해준 프로그램, Mnet ‘댄싱나인’ 덕분이다.
지난 15일 막을 내린 ‘시즌 2’에는 현대무용, 발레부터 스트릿 댄스의 일종인 비보이·크럼퍼·왁킹, 댄스스포츠까지 다양한 분야의 댄서들이 몰렸다. 이들은 두 팀(레드 윙스, 블루 아이)으로 나뉘어 대결을 펼치며 8개월간의 격전을 치러냈다. 우승은 개성을 잘 살려낸 ‘블루 아이’팀에 돌아갔다.
19일 서울 마포구 상암산로 CJ E&M에서 ‘블루 아이’팀의 댄서 9명(김기수, 김설진, 김태현, 박인수, 안남근, 윤전일, 이지은, 임샛별, 최남미)을 만났다.
팀 리더인 윤전일(28·발레)은 “자기 장르에 대한 자부심이 모두 강했지만 같이 춤을 추면서 서로를 존중하게 됐다”며 “어떤 조합으로 엮어 춤을 춰도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었던 게 우승 이유인 것 같다”고 밝혔다.
MVP를 거머쥔 김설진(34·현대무용)은 “그동안은 안무가들이 정해준대로 춤을 춰왔다면 이번 경연에선 각 장르가 합쳐져 서로의 장점을 그대로 살리는 ‘민주주의’를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이지은(28·댄스스포츠)은 “대한체육회 소속으로 일하며 춤인지 스포츠인지 헷갈렸던 적이 많았고 경기 댄스, 이기려는 춤만 춰왔다”면서 “이번에는 관중, 카메라 너머의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었다”고 뿌듯해 했다.
이들은 우승의 영예와 함께 팀 상금 1억원과 MVP 소원 성취 상금 1억원, 갈라쇼 공연을 열 수 있는 특권 등 총 5억원의 혜택도 받았다. 다음달 9일부터 14일까지 서울 광진구 천호대로 유니버셜아트센터에서는 우승팀의 화려한 갈라쇼 무대가 펼쳐진다.
“블루아이의 춤을 보면서 ‘댄서들이 만들어 내는 오케스트라’가 떠올랐어요. 각자의 장점을 펼쳐 댄스 장르가 더 대중적으로 풍성해 지면 좋겠어요. 춤을 보러 공연장을 찾아주시는 관객들이 이들에겐 용기고 희망이겠죠.”(안준영 PD)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백댄서 아닌 댄서… 우리가 무대 위 주인공입니다”
입력 2014-08-20 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