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LG세탁기 원칙 없는 환불정책에 소비자들 부글부글

입력 2014-08-20 04:47

대전에 거주하는 김모(34)씨는 지난해 초 구입한 LG전자 세탁기 때문에 황당한 일을 겪었다. 지난달 16일 한 방송에서 ‘먼지 세탁기’라고 보도해 문제가 불거진 제품과 같은 세탁기를 쓰는 김씨는 비슷한 일을 겪다가 서비스센터에 점검을 부탁했다. 서비스센터 기사는 “집에 아이들도 있고 필터를 교체해도 먼지가 묻어나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며 환불받을 것을 권유했다. 사용 기간에 따른 감가상각을 감안해 환불될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김씨는 서비스센터 기사의 요구대로 구입 영수증을 서비스센터에 보냈다. 하지만 그 기사는 며칠 후 매우 난처해하며 “본사에 환불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현재는 지침이 바뀌어 환불 대신 필터 교체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만 가능하다”고 연락해 왔다. “필터를 교체해도 소용없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따지자 “본사에서 기존 필터의 문제점을 해결했다”고 답했다. 김씨는 본사 고객센터에도 항의했지만 ‘환불 불가’ 입장만 재확인했다.

김씨와 같은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해당 세탁기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환불 관련 불만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LG전자와 소비자단체 등에 항의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19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세탁기 관련 상담건수는 방송 이후 크게 증가했다. 지난달 1일부터 15일까지 148건이던 세탁기 관련 상담은 같은 달 16일부터 31일까지 306건으로 배 이상 늘었다. 이달 들어 15일까지 상담 건수는 558건에 이른다. 세탁기와 관련한 별다른 이슈가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수가 방송에 나온 제품에 대한 불만으로 추정된다.

소비자들은 LG전자의 일관되지 못한 태도를 꼬집는다. 방송 직후에는 “환불이 가능하다”고 했다가 이달 초부터 말을 바꿨다는 것이다. 지역에 따라 환불 및 교환 정책이 서로 다른 점도 지적한다. 비슷한 시점에 환불을 문의했는데도 서비스센터에 따라 “부품 교체만 가능하다”는 곳부터 “교환이나 환불이 가능하다”는 곳까지 천차만별이라는 게 소비자들 주장이다.

LG전자 측은 책임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입장 변화는 없었다고 항변한다. LG전자 관계자는 “해당 제품은 교환 및 환불 대상이 아니라는 게 회사 측의 일관된 입장이었다”면서도 “환불을 강하게 요구하는 경우 서비스센터장이 재량으로 일부 환불해준 경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제품의 하자와 관련해서도 “문제는 없지만 방송 이후 우려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필터를 보완하고 관련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