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 요원들의 정치 관여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국방부 조사본부가 19일 발표한 ‘군 선거 댓글 의혹 사건 수사 결과’에 따르면 심리전단 요원들은 지난 총선과 대선을 전후해 특정 정당과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비판하는 글을 7100여건이나 게재했다. 군 형법상 처벌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 일반적인 정치 댓글을 포함하면 5만건이 넘는다. 다른 어떤 조직보다도 정치적 중립 의무를 준수해야 할 군 작전요원들의 도덕적 일탈이 심각하다는 증거다.
사이버사령부는 북한의 사이버심리전 및 점증하는 사이버 테러에 대응하기 위해 2010년 1월 국방부 직할부대로 창설됐다. 북한과 국외 적대세력의 대남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고 국방 및 안보정책을 홍보하는 데 주력해야 함에도 국내 선거에 관여했다니 어이가 없다. 120여명의 작전요원 중 이모 심리전단장을 포함한 19명은 직접 선거 댓글 활동을 했으며, 연제욱·옥도경 전 사이버사령관은 ‘정치관여 특수방조 혐의’로 형사 입건됐다.
조사본부가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다른 정부기관과 연계된 조직적 선거 개입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발표했지만 의혹이 깨끗이 해소될지는 의문이다. 당시 사이버사령관 2명이 입건될 정도라면 사령관의 직속상관인 국방부 장관이 자유로울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본부는 당시 국방장관이던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을 전혀 조사하지 않았다. 김 안보실장에 대한 조사는 정치적으로 부담이 되겠지만 꼬리 자르기 식 축소 수사라는 비판을 면하기 위해서라도 서면조사 정도는 하는 게 옳았다. 야당의 공세를 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국방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의 정치적 중립을 유지·보장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군은 헌법상 대통령의 지휘와 명령을 받지만 특정 대통령의 정치이념을 따를 필요도 없고 따라서도 안 된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선거 때는 더더욱 그렇다.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의 경우 인터넷 공간의 혼란스러운 정치 공방에 잘못 휩쓸릴 가능성이 있으므로 사전교육을 철저히 해야겠다.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도록 감시 감독을 강화하는 것은 기본이다. 사이버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에 정치적 편향성이 없는 인물을 골라 임명하는 것도 중요하다.
군은 최근 총기난사 사건, 가혹행위 사망 사건, 자살 및 성추행 사건, 국방부 인사 번복 등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거기다 정치관여 의혹까지 사실로 밝혀짐에 따라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이런 상황을 방치할 경우 군 전력 손실은 불가피하다.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강군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중심으로 군 혁신에 박차를 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설] 사이버사령부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하라
입력 2014-08-20 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