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 야지디족 생명력 “다섯 쌍둥이 출산”

입력 2014-08-20 03:49
전장의 포화에도 생명은 축복처럼 피어났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학살을 피해 시리아로 향한 이라크 야지디족 여성이 4096만분의 1의 확률이라는 진귀한 다섯 쌍둥이를 낳았다.

유엔난민기구(UNHCR) 관계자는 18일(현지시간) “야지디족 여성 타맘 라마단(27)이 지난 14일 시리아 동북부 카미실리에 있는 병원에서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아들 둘과 딸 셋을 낳았다”면서 “아기들의 건강은 양호하다”고 밝혔다.

라마단은 원래 시리아 출신이지만 이라크 남성과 결혼해 야지디족의 일원이 됐다. 지난 6월 IS가 이라크 제2도시 모술을 장악한 뒤 이슬람교로 개종을 강요하며 소수종파인 야지디족을 겁박하자 그는 다른 주민들과 함께 신자르산으로 피신했다. IS 세력이 신자르산까지 미치자 라마단은 지난달 말 만삭의 몸을 이끌고 가족들과 탈출에 나섰다. 그는 이틀간의 강행군 끝에 가까스로 시리아 국경에 도달해 뱃속의 다섯 생명을 지켜냈다.

이 관계자는 라마단이 현재 카미실리 인근 탈알루 지역에서 지내고 있으나 “아이들 우유를 구하는 것조차 어려움을 겪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시리아 당국에 따르면 이라크 주민 1000여명이 현재 시리아 동북부에 피신해 있으며 대부분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다.

야지디족 등 이라크 주민들이 처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시작된 미국의 이라크 공습은 이라크 정부군과 쿠르드자치정부(KRG)군이 IS로부터 전략적 요충지인 모술댐을 탈환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1일간 미군 공습으로 IS가 아르빌로 진군하는 것을 막고 테러세력을 물리쳤다”면서 모술댐 탈환을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했다. 이어 “미국은 앞으로도 우리의 자산을 지키기 위해 IS에 대한 제한적 공습을 계속할 것”이라며 “IS에 맞서 전세를 역전시키기 위해 장기적 전략을 계속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일격을 당한 IS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미국을 향한 ‘피의 보복’을 예고했다. IS는 이라크 전쟁 당시 참수 또는 살해당한 미국인의 사진이 담긴 영상과 함께 “미군의 공습이 계속될 경우 미국 어디든 공격하겠다. 너희들 모두를 피바다에 빠뜨려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미군은 이날도 이라크 북부 모술댐 주변의 IS 병력과 장비를 15차례에 걸쳐 타격했다. 지난 8일 이후 이라크에서 미군의 폭격은 모두 68회 이뤄졌으며 이 중 35회가 16일 이후 모술댐 근처에 집중됐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