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의 음란행위 진위 공방이 검찰 위기론으로 번지고 있다. 차관급인 현직 검사장이 연루된 데다 사표까지 수리돼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검사장이 음란행위를 한 것이 맞는다면 검찰 조직을 송두리째 흔들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떨어질 것이다.
김 전 지검장은 지난 13일 새벽 제주시 중앙로 인근 한 음식점 앞에서 공연음란 혐의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112신고에 의해 출동한 경찰이 근처에 있는 김 전 지검장을 연행한 것이다. 김 전 지검장은 10시간 동안 유치장에 갇혀 있다 풀려났다. 김 전 지검장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신분을 속였다. 그는 동생 이름을 대기까지 했다. 떳떳하다면 당당히 자신의 신분을 밝혔어야 했다.
“어이없는 봉변을 당했다”며 결백을 주장하던 김 전 지검장은 18일 사표를 제출했고 법무부는 즉시 사표를 수리했다. 법무부는 “검사장이 관할 경찰의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지휘 업무를 담당하게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공정한 수사를 위한 조치라지만, 수사 및 감찰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사표를 전격 수리하고 면직한 것이 적절했었는지 논란이다.
대통령 훈령인 ‘비위 공직자의 의원면직 처리 제한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비위 사실이 파면, 해임 등 중징계에 해당하는 사안일 경우 사표를 수리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공직자의 비위행위에 대해 수사가 진행 중일 때는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보직을 해임한 후 수사 결과에 따라 처분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 측은 “공연음란 혐의는 경범죄에 해당해서 사표를 수리하는 데 방해 요건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사상 초유의 일인데 죄가 가볍지 않다는 것은 너무 작위적인 판단이다. 조직에 미칠 파장을 줄이려는 ‘꼬리 자르기’ 속셈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찰 수사가 김 전 지검장에게 불리한 쪽으로 흐르고 있는 것도 검찰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경찰은 19일 “CCTV에는 음란행위라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을 만한 영상이 찍혔다”며 “피의자의 정확한 얼굴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현장에는 한 남성만 찍혔다”고 밝혔다. 김 전 지검장이 애초 주장한 것과는 달리 당시 현장에는 피의자로 지목할 만한 다른 남성은 없었다는 것이다. 화면에 등장하는 남성이 김 전 지검장으로 특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황교안 법무장관은 김진태 검찰총장에게 “이번 사건을 신속하게 수사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검사가 연루된 사건들이 ‘제 식구 감싸기’로 흐른 전례가 적지 않아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스폰서 검사’ ‘뇌물 검사’ ‘성 접대 검사’에 이어 터진 이번 사건에 검찰은 경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고 오해 받을만한 행동을 일절 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검찰 조직이 그나마 상처를 덜 입을 수 있다.
[사설]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의 경우는 또 뭔가
입력 2014-08-20 0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