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거리를 지나다 보면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애스턴 마틴 원-77 등 명차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아우디나 벤츠 등의 고급 모델들은 아예 즐비하다. 중국 자동차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는 훨씬 싼가보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반독점법 위반 조사가 광풍처럼 휘몰아치고 있는 상황에서 인민일보는 최근 “BMW 650i 그란쿠페가 미국에선 9만1100달러(약 9300만원)에 판매되지만 중국 시장 판매가는 200만5000위안(약 3억3000만원)으로 미국의 3.5배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정말 이 사람들은 어디서 이런 돈이 나올까. 한국사람 같으면 위화감이니 뭐니 하면서 열을 받을 만도 하지만 중국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한 중국인 지인은 “다 노력해서 돈 벌었겠지”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중국 사람들은 부자에 관대하다. 사회주의 국가지만 미국보다 훨씬 더 자본주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하버드대 마틴 킹 화이트 교수는 통계로 보여줬다. 2009년 중국인들에게 ‘부자가 되는데 개인의 능력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중요한 요소’라고 답한 중국인은 73%였다. 2011년 퓨리서치 조사에서 미국인의 43%만이 부자들은 개인의 노력 등으로 부자가 된다고 생각했다.
중국인들은 돈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불평등’보다는 권력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부정의’에 훨씬 더 분노한다. 중국에서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시위도 관의 횡포와 관련된 것들이 많다. 부정의의 핵심은 부패다. 그런 의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호랑이부터 파리까지 모두 때려잡겠다”며 펼치고 있는 반부패 운동은 정확하게 핵심을 짚은 측면이 있다.
최근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부패로 처벌된 사람은 8만4000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늘어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공무원들은 70명이 넘는다. 시진핑 지도부가 들어선 이후 우리의 장차관급에 해당하는 고위급 관리 40여명이 낙마했다. ‘큰 호랑이’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도 포함돼 있다.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환영을 받는 것은 불문가지다. 그래도 중국인들의 ‘정의’에 대한 욕구가 완전히 충족됐는지는 의문이다. BBC중문망이 인용한 한 네티즌은 “체제가 변하지 않는다면 부패의 토양은 새로운 부패를 키워낸다. 오늘 관직이 파면돼도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곳에서 승진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면직된 공무원 3명 가운데 1명은 1년 내에 다시 복귀했다는 통계도 있다.
진정 부패가 척결되려면 겉으로 드러난 부패 공무원만 처벌할 게 아니라 부패 구조를 바꿔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고위공무원의 재산 등록 및 공개 제도다. 이미 후진타오 정부 시절부터 시행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공산당 내 기득권 세력의 반발에 부딪혀 좌초된 지 오래다. 시진핑 정부 들어서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고 논의조차 불가능하다. 지난 6월에는 공직자 재산 공개 등을 요구하는 ‘신공민(新公民) 운동’ 활동가들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근본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반부패 운동이 그저 반대파를 제거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중국 공산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민심을 잃는 것이라고 한다. 민심을 얻는 듯 보이지만 국민을 눈속임하는 것이었다면 민심은 언제든 칼을 들 것이다. 정도전의 말처럼 “백성의 마음을 얻으면 백성은 복종하지만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백성은 임금을 버린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특파원 코너-맹경환] 中, 반부패 드라이브 성공하려면
입력 2014-08-20 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