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계가 ‘위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장윤정, 박현빈 등이 소속 가수로 있었던 국내 트로트 명가 인우프로덕션(이하 인우)이 최근 심각한 경영난을 겪어오다 폐업을 선언한 뒤부터다. 트로트 가수와 기획사들 사이에선 인우프로덕션의 문제가 자신의 문제가 될 지 모른다며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트로트 시장의 위태로운 현실과 그 대안을 짚어본다.
◇콘텐츠 부재가 문제=지난 11일 인우는 내부사정으로 활동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인우는 2003년 11월 장윤정의 데뷔와 함께 활동을 시작했다. 장윤정의 ‘어머나’가 히트를 치면서 국내 대표적인 트로트 기획사로 우뚝 섰다. 소속 가수의 면면을 봐도 화려하다. 장윤정을 비롯해 박현빈, 윙크, 강진 등 대형 트로트 가수들이 포진해 있다.
안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랐다. 인우의 2010년 매출액은 37억9300만원, 영업이익은 2억4600만원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매출은 28억5700만원으로 크게 줄어들었고 52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인우가 무리한 사업 확장에 따른 수익 악화로 폐업을 결정했다고 본다.
인우는 그 동안 트로트 발전에 앞장서겠다며 신인 육성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돈 버는 사람은 장윤정, 박현빈, 윙크 등 세 명 뿐인데 신인가수에 들어가는 돈은 너무 많았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과 다름없었다. 특히 장윤정이 개인 사정으로 활동이 부진하면서 수익은 악화됐다.
행사 위주의 단순한 수익구조도 문제였다. 이는 인우뿐만 아니라 트로트계 전반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해외 공연이 가능한 아이돌 기획사와는 달리 트로트는 국내 시장에만 의존해야 한다. 국내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경제 불황에 세월호 참사까지 터지면서 모든 공연이 취소됐다”면서 “직원들 월급과 회사 유지 경비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말했다.
아이돌은 예능·드라마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고 음반 외 부가상품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지만 트로트는 디너쇼, 기업행사 등 행사 위주의 매출이 전부인 현실도 작용했다.
특정 장르에 의존한 것도 문제였다. 인우는 장윤정의 ‘어머나’로 가요계에 ‘신세대 트로트’ ‘세미 트로트’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든 이후 박현빈, 윙크 등 소속 가수를 통해 세미 트로트에 집중했다. 그러나 슈퍼주니어, 빅뱅에 이어 크리용팝까지 아이돌 그룹이 세미 트로트 음반을 내면서 시장을 뺏겼다.
◇제2 인우프로덕션 안되려면=트로트 업계는 인우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한 기획사 대표는 “대부분 트로트 기획사들은 영세하지만 가수들을 찾아주는 곳은 많다”면서 “작은 기획사들은 인우 프로덕션의 폐업을 보고 무리한 사업 확장은 하지 말자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로트 시장 관계자들이 한 목소리로 말하는 해법은 대중들이 계속 찾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윤정의 성공 이후 대부분의 트로트 가수들은 한 곡만 띄우면 행사에 나서겠다는 생각으로 음반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다 보니 행사에 맞는 가벼운 곡만 양산됐다.
기획사 관계자는 “주현미의 노래는 상업적인 것에서 나아가 인생을 얘기하다 보니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사람들이 찾는다”면서 “이미지도 가볍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행사에서도 꾸준히 설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데뷔 40주년 기자간담회를 연 김연자의 이야기는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김연자는 조만간 타이틀곡 ‘쟁이 쟁이’를 발표하고 한국에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김연자는 “가수의 역할은 좋은 노래를 많이 부르는 것”이라며 “이번 노래도 어머니들이 따라 부르실 수 있을 만한 트로트 팬들을 위해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일본 등 아이돌이 이끄는 K팝 시장에 트로트 한류를 만들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연자는 “일본진출을 하려는 후배들의 길이 되고 싶다”면서 “일단 고생은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K팝은 화려하게 시작했지만 트로트는 서민적으로 시작해야 한다”면서 “어려운 길이라 추천하고 싶지는 않지만 한국 트로트의 발전을 위해서는 도전해 볼만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어머나, 어머나∼ 트로트 어떡해
입력 2014-08-20 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