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베리아 에볼라 치료소 약탈… 환자 체액 묻은 물품 유출

입력 2014-08-19 04:50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 빈민가에 설치된 에볼라출혈열 치료소가 무장괴한에 약탈되면서 환자 체액이 묻은 담요 등이 외부로 유출됐다. 에볼라 급속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라이베리아 군대는 폐쇄된 이웃 국가인 시에라리온 국경을 불법으로 넘는 사람에게 발포명령을 내렸다.

라이베리아 보건 당국 관계자는 17일(현지시간) “빈민가인 웨스트포인트에서 벌어진 치료소 약탈 사건으로 에볼라가 급속히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장괴한이 치료소에서 약탈한 물품 중에는 에볼라 환자의 피가 묻은 침대 시트와 매트리스, 의료기구 등이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에볼라는 공기를 통해 전염되지 않고 환자의 체액·분비물·혈액 등을 통해 감염된다.

약탈된 치료소가 있는 웨스트포인트는 라이베리아의 수도 몬로비아에 있는 최대 빈민가로 6만∼10만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 당국 관계자는 “자칫 피 묻은 시트나 매트리스 등이 빈민가에서 돌아다닐 경우 빈민가 전체로 에볼라가 퍼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에볼라로 인해 서아프리카에서 숨진 사람은 모두 1145명에 달하는데 이 중 라이베리아에서만 413명이 숨졌다. 몬로비아는 에볼라 환자들을 격리 수용해 마치 중세시대 흑사병 창궐로 고립됐던 마을처럼 차단돼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에볼라 환자 치료를 위한 격리 수용에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격리 시설을 만들면 이 지역이 에볼라 발병의 중심지로 간주된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AFP통신에 “여기에 치료소를 세우지 말아달라고 당국에 요구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며 “에볼라 치료소는 사업일 뿐 주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곤봉 등으로 무장한 괴한들이 16일 웨스트포인트에 있는 치료소 문을 부수고 난입해 집기 등을 약탈했으며 이 과정에서 격리치료 중이던 환자 17명이 탈출했다. 이 치료소에는 당초 환자 29명이 치료받고 있었으나 9명은 나흘 전 숨지고 3명은 가족 뜻에 따라 퇴원했다. ‘국경없는의사회(MSF)’는 이번 약탈에도 불구하고 몬로비아 부근에 최대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치료소를 추가로 열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한편 라이베리아 현지 신문인 데일리옵서버는 18일 시에라리온과 국경을 접한 보미주와 그랜드 케이프마운트주에 주둔 중인 군인들에게 국경을 넘으려는 사람은 누구든 사살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라이베리아는 지난달 27일 에볼라 유입 차단을 위해 시에라리온과의 국경을 폐쇄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