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장관이 파업 일정에 돌입한 현대·기아자동차 노조는 물론 회사 측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노조에 대해선 자기중심적인 노동운동을 탈피할 것을 주문했고, 사측에는 편한 길만 추구했던 관성을 벗어나라고 요구했다. 눈앞의 임금 인상 폭에 집착하지 말고 하도급업체와의 임금 격차를 줄이며 생산성을 높이고 고용을 늘리기 위해 새로운 임금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과 임금 관련 주무장관이 개별기업의 임금체계에 대해 “대부분의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 당사자가 변화를 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것”이라며 압박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산업계 전반에 파장이 예상된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작심한 듯 현대·기아차 노사에 쓴소리를 퍼부었다. 그가 들고 온 수첩에는 10쪽 가까이 빼곡히 하고 싶은 말이 적혀 있었다. 그는 현대·기아차 문제를 노사 담합이라고까지 진단했다. 노조가 정규직의 임금 인상에 치중하는 동안 사측은 파업을 피하기 위해 편법적으로 기본급 대신 각종 수당을 늘려왔고 사내 하도급 등 간접고용에 의존하면서 인건비를 절감해 왔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현대·기아차 노사가 담합해 하도급업체에 돌아갈 몫을 빼앗으며 성장했다는 지적이다.
이 장관은 “현대·기아차 노사가 앞날을 위해 스스로 고용생태계를 새롭게 조성해야 한다”며 “더 크게는 한국의 고용생태계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과거와 다른 생각으로 교섭을 해야 할 시점이며 그런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에 대해 “현대·기아차 1·2차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36만∼40만명에 달하는 등 후방 효과가 어마어마하다”면서 “현대·기아차 노조가 자신들만을 위한 임금 인상이 아닌 협력업체 근로자들과 함께 나눠 원·하청 근로자 간 임금 격차를 줄이고 고용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달라”고 주문했다.
이 장관은 사측에 대해서는 “2004년 현대차의 해외 생산량이 20%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62%에 이른다”면서 “앞으로 현대·기아차는 잦은 노사분규로 국내 공장의 생산효율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기보다 국내에도 공장을 증설, 더 많은 우리 젊은이들을 채용할 수 있는 토대를 이번에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전체 고용의 7%를 차지하는 대기업 정규직의 임금 수준을 100으로 보면 3·4차 납품을 맡은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고용의 23%를 차지하지만 임금 수준은 40에 불과한 실정이다. 막강한 영향력에 비춰볼 때 현대·기아차에서 임금체계 개편을 시작하면 노동시장 전체로 단시일 내에 확산이 가능하다는 게 노동부의 판단이다.
해법으로는 호봉제 위주의 연공급 체계에서 벗어나는 방안을 제시했다. 노동부는 임금체계 개편 작업반을 꾸려 업종별·규모별 임금 모델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직무의 중요도에 따라 임금을 매기는 직무급, 숙련도에 따른 숙련급, 작업성과에 따른 성과급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지난해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노사가 함께 임금체계 개선 분과위원회를 만들어 선진임금체계 도입방안을 연구하기로 합의했다”며 “올해 임단협이 마무리되는 대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李노동, 파업 앞둔 현대車에 돌직구
입력 2014-08-19 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