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사망자 10명 중 4명 ‘피할 수 있었던 죽음’이었다

입력 2014-08-19 03:30

우리나라의 연간 사망자는 26만명 정도다. 이 가운데 40%가량은 ‘피할 수 있었던 죽음’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금연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적절한 검진과 치료를 받고, 안전 시스템을 갖췄다면 충분히 예방하고 극복할 수 있는 질병과 사고를 막지 못해 사망자 10명 중 4명꼴로 목숨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정영호 연구위원은 18일 ‘우리나라의 회피 가능 사망 분석’ 보고서를 통해 예방·치료가 가능했던 죽음이 연간 사망자의 38.8%나 된다고 밝혔다. 회피 가능 사망이란 효과적인 보건정책 및 보건의료를 통해 피할 수 있는 죽음을 뜻한다.

정 연구위원은 영국 통계청의 사망 원인 분류기준을 국내 데이터에 적용했다. 영국은 결핵 바이러스간염 에이즈를 비롯한 감염병, 폐암 위암 같은 생활습관과 밀접한 암, 만성질환, 자살 및 각종 안전사고 등 50여 가지를 회피 가능한 사인(死因)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를 2010년 국내 사망자 데이터에 대입했더니 10명 중 4명은 피할 수 있었던 사망이었다. 치료가 가능했는데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거나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해 숨진 경우가 인구 10만명당 75.5명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는데 막지 못한 사망이 인구 10만명당 150.4명꼴이다.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질병인데 막지 못해 한국인의 생명을 가장 많이 앗아가는 건 폐암, 간암, 뇌혈관질환 순이었다. 모두 흡연, 지나친 음주 등 생활습관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젊을수록 회피 가능한 사망이 많은데, 우리나라 20대에겐 자살이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영·유아·청소년기에 회피 가능 사망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연령대는 4세 이하, 주된 요인은 주산기 합병증과 선천성 장애였다. 40대 이하에선 치료 가능했던 사망이, 40대 이상에선 예방 가능했던 사망이 많았다. 또 흡연 등 나쁜 생활습관이 많은 남성은 예방 가능 사망에, 여성은 치료 가능 사망에 더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2000년 이후 우리나라 회피 가능 사망률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유독 ‘예방 가능 사고’에 의한 사망률만 크게 증가했다. 2000년 인구 10만명당 57.9명이던 예방 가능 사망률은 2010년 66명으로 14%나 늘었다. 자살, 교통사고, 세월호 참사 같은 재난 및 안전사고 의한 사망이 여기에 해당한다.

정 연구위원은 “의료 서비스의 발달로 질병 치료 성과는 비교적 높아지고 있지만 질병·사고의 예방은 아직 미흡하다”며 “이를 감안한 보건정책의 방향 설정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