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아파트 전셋값 급등… 5년전 매매가 추월

입력 2014-08-19 03:03
대구 수성구 범어동 가든3차 아파트의 전용면적 84.98㎡는 2009년 7월 말 매매 하한가가 2억4000만원이었다. 지금 이 집을 전세로 얻을 돈이 그때 있었더라면 같은 집을 사고도 수천만원이 남았을 것이다. 지난달 말 이 집의 전세 상한가는 2억8000만원을 찍었다.

전국 곳곳에 이런 집이 한둘이 아니다. 대구 북구 침산동의 태왕리더스, 광주 남구 진월동의 고운하이플러스 등도 현재 전세 상한가가 5년 전 매매 하한가보다 3000만∼4000만원 높다. 세종시 조치원읍 조형 아파트의 전용면적 39.97㎡는 5년 전만 해도 최저 3000만원에 집주인 노릇을 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 돈의 1.7배에 달하는 5000만원을 주고도 세입자로 살아야 한다. 주거 여건이 그만큼 불안정해진 것이다.

부동산114는 7월 말 시세 기준으로 올해 전세 상한가가 2009년 매매 하한가와 같거나 그보다 많은 아파트가 전국 22만578가구로 조사됐다고 18일 밝혔다. 광주가 3만8960가구로 가장 많았고 경기(3만7499가구) 대구(2만6154가구) 경북(2만3434가구) 충남(2만2106가구) 전북(1만3335가구) 경남(1만3291가구) 순으로 뒤를 이었다.

올해 전세가격이 5년 전 매매가격을 가장 크게 웃도는 지역은 대구(가구당 평균 1738만원)였다. 2009년 7월 말 평균 1억5623억원에 팔렸던 집 한 채가 지난달엔 1억7361만원에 전세를 얻었다. 역전된 가격차는 광주(1495만원) 세종(1365만원) 경북(693만원) 충북(559만원) 전북(285만원) 등 순으로 컸다. 같은 집을 차라리 5년 전에 샀다면 더 적은 돈을 들이고도 전세계약 만기 걱정 없이 거주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역전 현상이 일어난 건 전세가격이 매매가격 상승폭보다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대구에서 매매가격이 37% 오르는 동안 전세가격은 2배인 74% 급등했다. 같은 기간 세종의 전세가격 상승률(78%)은 매매가격 상승률(25%)의 3배를 넘겼다. 전세가격이 급등한 것은 ‘내 집’을 갖기보다 전세를 찾는 사람이 많아서다. 수도권은 아직도 5년 전 매매가격이 현재 전세가격보다 가구당 평균 9000만∼2억5000만원 더 비쌌다.

한편 지방에서는 다소 들뜬 분양시장 분위기를 타고 신규 아파트가 꾸준히 공급되고 있다. 부동산써브가 조사한 결과 2011년 8월부터 올 들어 지난달까지 3년간 지방에서 분양된 아파트는 45만6039가구였다.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광역자치단체 중에서 경남이 5만9671가구로 가장 많았다. 이어 대구(4만8834가구) 부산(4만7433가구) 충남(4만4034가구) 세종(4만321가구) 경북(4만216가구) 전남(3만6872가구) 등이었다. 아파트 공급이 가장 적은 지역은 제주(6842가구)로 그나마 분양한 단지마저 대부분 미달됐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부동산리서치팀장은 “분양시장 분위기가 좋아도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수요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공급이 늘어날수록 청약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