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박영선, 대화 없는 ‘냉랭한 만남’

입력 2014-08-19 04:38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앞줄 왼쪽)와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오른쪽)가 1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5주기 추모행사에 참석했다가 서로 외면한 채 퇴장하고 있다. 구성찬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만났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5주기 추도식 자리였다. 여야 대표는 추도식이 진행되는 동안 바로 옆자리에 앉았지만, 세월호 정국과 관련해선 일절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대신 김 대표는 사고 이후 처음으로 세월호 유가족 대표들과 만났다.

추도식에 참석한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1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두 대표가 자리에 앉기 전 얼굴에 가벼운 미소를 띠고 악수하면서 짧게 인사를 나눈 게 전부"라면서 "이후 대화는 없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추도식이 끝난 뒤 양당 대표가 각각 기자들과 만나 한 말의 온도차도 여전히 컸다. 박 위원장은 "여야 모두 민주주의의 길,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길, 세계 평화의 길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하루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반면 김 대표는 새정치연합이 자신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는 데 대해 "우리가 양보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때 당 대표 결단이 필요한 것이지만 현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양보한 상황이라 참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새정치연합이 지난 11일 의원총회에서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을 의결한 뒤 두 사람이 공식석상에서 마주친 건 광복절 기념식장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추도식에는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더불어 정의화 국회의장,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정의당 천호선 대표 등 정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권노갑·문희상 새정치연합 상임고문,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박지원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들도 자리했다.

여야 대표 간 만남은 냉랭했지만 김 대표와 세월호 유족들과의 면담 분위기는 썩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세월호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는 "사법체계 운운하지 말고 우리가 원하는 사람을 특별검사로 임명해 진상규명을 제대로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했고, 김 대표는 "원내대표 간 협상이 무르익고 있으니 잘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김병권 대책위원장은 '국민이 언제나 승리할 순 없지만 마지막 승리자는 국민이다'라는 김 전 대통령의 명언을 전달하면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 등 촉구 서명에) 400만명 이상이 동참한 사실에 귀를 열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유족들과 자주 접촉을 못한 게 우리 잘못"이라며 "유족들과 언제든지 원할 때 만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겠다"고 했다.

면담은 김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한 유족들이 현장에서 김 대표에게 제안해 전격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위한 7월 임시국회 종료를 하루 앞두고 진행됐다는 점에서 김 대표 특유의 정치력이 발휘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새누리당이 '세월호 희생자를 대변하는 야당 대 정부를 감싸는 여당'이란 구도를 깨고 대야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