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방한 결산]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일일이 인사 “77번 용서” 남북의 평화·화합 기원

입력 2014-08-19 04:35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평화와 화해의 미사’를 집전하면서 방한 일정을 마무리했다. 마지막 미사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제주 강정마을, 경북 밀양 주민 등 위로가 필요한 이들이 대거 초대받았다. 탈북자, 장애인, 환경미화원, 경찰관까지 총 1000여명이 함께했다. 전국 16개 교구 성당 사무장 및 사무원 등 교회 직원 700여명도 성당 밖 대형 스크린을 통해 미사에 참여했다.

교황의 모습을 보기 위해 새벽부터 시민과 신자들이 성당을 찾았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서도 성당 앞과 대로를 가득 메웠다. 시민들은 “비바 파파(교황 만세)”를 외치며 교황을 환호했고, 교황이 미사를 마치고 성당을 떠나기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오전 9시45분부터 시작된 미사는 경건한 분위기로 이어졌다. 교황은 입당하면서 맨 앞줄에 앉아 있던 7명의 위안부 할머니들과 한 사람씩 눈을 맞추며 인사를 나누고 대화했다. 김복동(89) 할머니는 교황에게 나비 모양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 후원 배지를 건넸고 교황은 그 자리에서 제의에 배지를 달았다. 교황은 이후 장애인, 밀양 주민, 쌍용차 해고노동자 등과 인사한 뒤 제단에 올랐다. 이날 미사에 사용된 제병과 포도주 등 예물봉헌은 다문화가정의 가족들이 맡았고 미사 중 배우 안성기(62)씨가 성서를 읽었다.

교황은 이탈리아어로 강론하면서 “주님은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고 하셨다”며 “이 말씀은 화해와 평화에 관한 깊은 핵심을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또 “그리스도 십자가의 힘을 믿고 모든 영역에서 화해 메시지를 증언하기를 부탁한다”며 “고요한 아침의 나라가 화합과 평화를 이뤄 기뻐하는 날이 오기까지 신자들이 새벽을 준비해 나가길 기원한다”고 전했다.

미사에는 박근혜 대통령도 참석했다. 박 대통령이 취임 후 명동성당에서 열린 미사에 참석한 것은 지난 5월 18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위한 추모 미사에 이어 두 번째다. 연두색 재킷 정장 차림의 박 대통령은 미사 전 ‘성 프란치스코를 위한 기도’ 순서에 함께 기도하고, 입당 성가도 따라 불렀다. 교황은 준비해온 기념메달과 묵주를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미사 후 제의실로 자리를 옮긴 교황은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준비한 ‘가시면류관’을 선물로 받았다. 염 추기경은 “한반도 분단의 상징인 휴전선 철조망으로 가시면류관을 만들었다”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했기 때문에 교황께 선물로 드린다”고 말했다.

교황은 미사에 앞서 성당 문화관 1층에서 12개 타 종교 지도자들과의 만남도 가졌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장 김동엽 목사, 구세군대한본영 박종덕 사령관, 기독교 한국루터회 총회장 김철환 목사 등과 함께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한양원 회장 등이 참석했다. 교황은 이들에게 “삶은 혼자서는 갈 수 없는 길”이라며 “하나님의 현존 안에서 아브라함이 그랬던 것처럼 함께 걸어가자”고 말했다.

김미나 남혁상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