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건 이후 6년 가까이 경색된 남북관계가 앞으로도 대결구도를 이어갈지 아니면 대화의 장으로 나아갈지 기로에 섰다.
북한의 무응답으로 19일 제시한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이 ‘불발’된 가운데 정부는 18일 통일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한은 고위급 접촉에 하루속히 호응해 나오라”고 거듭 촉구했다. 국회 업무보고에서는 5·24 대북제재 조치 완화 기조를 시사했다.
◇정부 유화 공세=통일부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보고한 제2차 남북관계발전 기본계획 2014년도 시행계획(이하 2014년 시행계획)에서 남북관계 진전에 따라 5·24조치로 중단된 남북경제협력을 순차적으로 재개할 수 있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구체적인 항목으로 △개성∼신의주 철도 및 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보수 △임진강 수해방지 사업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북한 수산업 지원 △남북해운 활성화 검토 등을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남북관계 상황을 봐가면서 교역 재개, 기존 경협사업 재개, 신규 경협사업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에 따른 5·24조치는 남북 간의 인적·물적 교류를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다. 정부가 5·24조치 해제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물론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단서가 달려 있다. 하지만 5·24조치 해제를 아예 거론하지 않았던 데서 정부 입장이 한층 누그러진 건 분명해 보인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업무보고에서 “5·24조치가 드레스덴 구상을 실천하는 데 절대적인 장애물이라고 보지 않으며 조치가 해제되기 전까지 인도적 사업을 할 수 있다”며 “남북이 서로 회담 테이블에 와서 그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통일부는 대변인 성명에서 “북한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인다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어떠한 현안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19일 회담 개최가 어렵다면 (북한이) 원하는 날짜를 제안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무조건적인 5·24조치 해제를 주장하고, 우리도 북한에 책임 있는 조치만 요구하면 남북관계가 진전되기 어렵다”며 “서로 빈손으로 나오면 빈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북이 일단 만나 5·24조치든 금강산 관광 문제든 테이블에 올리는 게 중요하고, 양측이 간격을 좁혀나가면 경색국면이 해결 수순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어떻게 나올까=북한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상 정부 접촉 제의에 아무런 답을 주지 않는 일은 전례로 볼 때 이례적이다. 남한과 만나고는 싶지만 지속적으로 반발해온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기간에 접촉하기는 부담스럽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전날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비서도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과의 환담 자리에서 “한·미 군사훈련도 하필 2차 접촉을 제안하면서 하려고 하느냐”면서 고위급 접촉 자체에 대해선 거부감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에 따라 UFG가 마무리된 다음 달 초쯤 남북 간에 대화국면이 열릴 수 있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또 다음 달 19일부터 열리는 인천아시안게임에 북한은 이미 대규모 선수 명단을 등록하는 등 참가를 확정했다.
그러나 북한의 강경 군부세력이 UFG를 명분으로 대남 도발을 강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이 경우 남북관계는 다시금 긴장국면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대결구도 지속이냐 대화국면 조성이냐… 南北기로에
입력 2014-08-19 0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