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육군총장, 첫 인사 하루 만에 번복 논란 “수뇌부 파워게임” “외압의혹” 구태 되풀이

입력 2014-08-19 04:37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사망 사건과 관련돼 징계심의 대상인 육군인사참모부장에 대한 경질 결정이 하루 만에 번복돼 '인사 외압' 의혹이 나오고 있다. 특히 외압 배경으로 거론되는 인물이 '꼬리 자르기' 의혹을 받고 있는 당사자여서 군 일각에서는 "꼬리를 자른 뒤 다시 붙이기까지 하느냐"며 비판까지 제기된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1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류성식 인사참모부장(소장)이 더 이상 직무수행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에 지난 15일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며 "하지만 군의 특수성 때문에 자의로 물러나는 것은 힘들고, '징계위원회 결과를 지켜보자'는 취지에서 대행체제로 가기로 16일 결정됐다"고 말했다.

육군은 인사참모부장 직무대리로 김모 1차장(준장)을 임명했다. 류 부장은 한시적으로 육군본부 정책연구위원으로 임명됐다. 10월 정기인사 때까지 대행체제가 유지될 전망이다.

불발된 인사는 김요환 신임 육군참모총장이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은 당초 류 부장 후임으로 김규하 육군훈련소장(소장)을 내정했었다. 육군 관계자는 "김 총장이 류 부장과 김 소장의 보직을 맞바꾸는 인사를 했다가 다음 날 취소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 총장이 개인적인 인연이 있는 김 소장을 핵심 요직에 발탁하고 류 부장을 좌천시키면 오해를 살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보다 복잡한 군 최고 수뇌부 간 '권력 투쟁'이 배경에 깔려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 중심에는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있다. 김 실장이 직전 국방부 장관 시절 구축한 군 인사 핵심라인을 김 총장이 일선에서 후퇴시키려고 했으나 좌절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 실장과 류 부장의 '관계' 때문에 논란은 증폭된다. 육사 28기인 김 실장은 장관 재임 시절 39기인 류 부장을 군사보좌관으로 발탁했다. 이후 소장으로 진급해 30사단장으로 부임했고, 다시 인사참모부장에 임명돼 '초고속 승진'이라는 말이 돌았었다. 직무대행인 김 1차장은 육사 42기로 류 부장의 영향권 안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마디로 '김관진 라인'인 셈이다.

반면 육사 34기인 김 총장은 김 소장(육사 39기)을 요직에 앉히는 데 실패했다. 때문에 군 일각에서는 '파워 게임'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육사 선후배끼리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끈끈한 순혈주의와 기수문화 등 '악습'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창군 이래 최악의 엽기적 가혹행위가 일어났음에도 군 최고 수뇌부가 반성 대신 '자기 사람 챙기기'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육군본부는 "인사참모부장 인사조치와 관련해 외압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도 "이번 인사의 경우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반대했던 것으로 안다"며 "김 총장이 윤 일병 사건과 관련된 징계 절차가 더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인사참모부장 한 자리에 대해서만 급하게 인사 결정을 내려 일단 되돌린 것"이라고 말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