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일정을 마치고 떠난 18일 정치권은 교황의 평화와 화해 메시지를 뜻 깊게 받아들이겠다고 강조했다. 여야는 모두 교황이 세월호 참사로 상처받은 국민을 위로하고 낮은 사람들과 함께해준 데 대해 감사의 뜻도 전했다.
그러면서도 여야는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을 둘러싼 대치 상황을 자성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다. 교황의 메시지를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면서도 국회 파행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며 서로 양보하라고만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은 소외된 사람들을 보듬은 교황의 행보를 부각시키면서 민생 현안을 외면한 채 타협하지 않는다고 새정치민주연합을 우회 비판했다.
김무성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정치권도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미처 돌보지 못한 낮고 그늘진 곳, 소외된 곳이 없는지 끊임없이 민생현장을 찾아 살피고 이를 치유하는 데 노력해야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황께서는 ‘공감하고 마음을 열 때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 정치 분열과 경제 불평등은 소통과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세월호 특별법과 분리해 시급한 민생법안이라도 먼저 처리해야 한다며 야당을 압박하기도 했다. 김현숙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교황은 바티칸으로 돌아가지만 새누리당은 화해와 평화의 노력을 경주해 이번 임시국회에서 세월호 특별법과 민생법안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9일까지 본회의가 열리지 못하면 단원고 학생들을 위한 특례입학도, 처음 실시하는 국정감사 분리 실시도 무산될 것”이라고도 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 손을 잡아준 교황의 뜻을 새누리당이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집권여당으로서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한정애 대변인은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참사를 겪은 우리 국민에게 준 위로가 단순한 위로로만 끝나지 않으려면 여당의 결심과 결단이 필요하다”면서 거듭 여권의 양보를 촉구했다. 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양보할 여지가 있을 때 당 대표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덧붙였다.
한 대변인은 이어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청와대가 외면한 사회문제, 정치가 외면한 사회적 약자를 교황이 안아주셨다”며 “특별법을 요구하는 유가족과 시민을 안아주고 이 매듭을 풀어주기 바란다”고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교황 메시지 뜻 깊지만…” 세월호특별법 합의 여전히 ‘네 탓’하는 與野
입력 2014-08-19 0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