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점휴업 모면한 노사정委 이번엔 달라져야

입력 2014-08-19 03:50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가 개점휴업 8개월 만에 본격 재가동된다. 19일 열리는 노사정위 본회의에는 정부 측에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외에도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참여한다. 이는 정부가 이 시점에서 노사정위 논의에 그만큼 무게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노와 사의 협조가 없이는 경제 활성화의 한 축인 가계소득 증대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은 올바른 시각이다.

그렇지만 사회적 대타협에 이르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노사정이 대화 테이블에 앉기는 하지만 모두 동상이몽이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부문 개혁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려는 마음이 앞서 있다. 그들은 노사정위 내 가칭 공공부문혁신위원회라는 협의체를 통해 공기업 노조의 기득권을 최대한 지키려 할 것이다. 노동계의 다른 한 축인 민주노총은 노사정위에 참여하지 않은 채 통상임금의 범위 등에 대한 근로기준법 개정 청원을 국회에 제출했다. 노사정위를 현안 논의 기구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재계 입장에서는 정기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판례에 따른 기업 부담 증가에 대한 완화책이나 경과규정 합의가 시급하다. 법정 정년 연장을 앞두고 임금피크제 확대, 고령자와 전문직에 대한 파견근로 허용 등 고용 유연성 확대 방안들도 요구하고 있다. 노동계로서는 현재 법이나 판례로 보장돼 있는 기득권을 논의하는 것이 손해라고 생각할 것이다.

정부로서는 당장 가계소득 증대를 위해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과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한 재계의 협조를 바라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통상임금 범위와 임금구조 변경을 포함한 임금 개혁은 물론 이와 직간접적 관련도 있는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별도의 제도 개편도 염두에 두고 있다. 실제 근로시간 단축은 일자리 늘리기에 결과적으로는 가장 도움이 되는 의제라고 볼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임금 개혁과 근로시간 단축이 대기업 및 공기업 노조의 양보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는 데 있다. 사용자 측도 노조 못지않게 이에 저항해 왔다.

그런 차원에서 비정규직 대표와 여성·청년대표 등 양 노총이 대변하지 못하는 다수 미조직 노동자와 구직자들이 노사정위에 조속히 동참해야 한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노사정위원회법 개정안에 이들과 함께 명시된 중소기업 대표와 소상공인 대표 등도 마찬가지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사회적 대타협이후 후속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절실하게 아쉬운 당사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부가 가장 아쉽고도 급하다. 10월쯤엔 비정규직을 포함한 노동시장 개혁 방안을 제시하려고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통상임금 문제와 비정규직 차별 시정 및 처우 개선은 단기 대책도 필요하다. 그러나 근본적 임금 개혁과 노동시장 구조 개편을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청와대가 인내심을 갖고, 지속될 수 있는 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노사정위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