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와 이라크 두 나라를 뒤흔들고 있지만 IS가 태동한 지역이자 본거지 시리아는 국제사회의 관심에서 철저히 배제돼 있다. 미국이 이라크 사태와 시리아 내전을 분리하는 입장을 고수한다면 IS 척결은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권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16일(현지시간) IS가 시리아에서 최근 2주 동안 샤이타르 부족민 700여명을 학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요 외신들은 전날 이라크 신자르에서 야지디족 80명이 총살되고 100여명이 납치됐다는 소식만 집중 보도했다.
SOHR에 따르면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최근 3선 연임한 이후 2주 만에 정부군과 IS의 교전으로 2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2011년 봄 발발한 내전이 4년째에 접어들면서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으로 15만명 넘게 숨지고 난민이 300만명에 달하는 등 시리아의 인명 피해와 인권 상황은 이라크 이상의 위기다. 17일에도 시리아 공군은 IS 거점인 북부 라카주를 16차례나 공습했다.
CNN은 ‘왜 미군은 시리아가 아닌 이라크만 개입 하는가’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알아사드 정권에 대한 각국의 정치적 역학관계 △혼란스러운 전장(戰場) △명분 부족 및 확전 경계 등이 시리아가 방치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우방국들이 알아사드 정권의 독재를 시리아 내전의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 이란 등 현 정권에 우호적인 국가들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악화된 미·러 관계가 IS라는 시급한 해결과제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의견일치를 방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리아 정부군과 IS, 기타 반군들이 바둑판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전장도 미국이 개입을 망설이는 원인 중 하나다. 또한 이라크만으로도 골머리를 앓는 오바마 정부가 단순 지원을 넘어 IS와 전면전을 벌이려 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됐다.
따라서 미국이 두 나라에서의 IS 발호를 동시에 견제해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시리아 전문가 무함마드 알라 가넴은 최근 미 의회 일간지 ‘더힐’ 기고에서 “미국의 근시안적 정책 실패로 이라크와 시리아의 소수집단을 오히려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시리아 내 다른 반군들을 지원해 알아사드 독재정권과 IS를 같이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유명 칼럼니스트 파리드 자카리아 역시 “시리아와 이라크 문제는 깊은 연관관계가 있다”면서 “미국은 양국을 함께 다루는 설득력 있는 통합적 접근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이라크보다 상황 참혹… 방치된 전쟁 ‘시리아 내전’
입력 2014-08-19 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