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는 그 결과에 따라 우리나라 정치자금 문화가 바뀌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국회의원들의 편법 정치자금 조달 통로로 이용돼온 출판기념회 자금의 불법성을 들여다보는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 없이 국회의원 출판기념회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돼 왔었음에도 증거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검찰은 사실상 편법 자금수수 관행을 눈감아왔다.
신 의원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던 지난해 9월 출판기념회에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등으로부터 입법로비 대가로 수천만원을 책값 명목으로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신 의원은 “출판기념회 축하금이 과연 대가성 로비 자금이 될 수 있는지 문제는 사법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역시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도 장남 집에서 발견된 거액의 뭉칫돈에 대해 “출판기념회 수익금”이라고 했다.
두 의원이 이런 주장을 펴는 데에는 정치자금법상 공식 후원금과 달리 출판기념회 책값은 누가 얼마를 냈는지, 어디에 썼는지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책값으로 1만원을 내든, 1억원을 내든 문제되지 않는다. 액수도 받은 사람과 준 사람만 안다. 말이 좋아 출판기념회이지 합법을 가장한 불법 정치자금 모금 행사라는 비판이 비등한 이유다.
국회의원이 갑(甲) 중의 갑이 되는 정기국회는 대목이다. 매년 예산심의와 국정감사 등을 앞두고 하루도 빠짐없이 의원들의 출판기념회가 줄을 잇는다. 기념회장은 정부기관, 피감기관, 각종 이익단체 관계자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당직이나 국회직을 맡고 있는 중진 의원들의 출판기념회는 그 정도가 더하다. 출판기념회가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은 한 해에 기껏 1억5000만원(선거가 있는 해는 3억원)밖에 모금할 수 없는 공식 후원금의 몇 배를 한번의 책장사로 모을 수 있다는 데 있다. 게다가 익명성까지 보장되니 이보다 손쉬운 장사가 없다. 그동안 수 없이 되풀이된 여야의 제도 개선 약속이 실천되지 않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2월 출판기념회 횟수를 국회의원 4년 임기 중 2회로 제한하고 국정감사, 정기국회, 선거기간 중에는 출판기념회를 금지하는 ‘출판기념회 준칙안’을 내놨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책을 정가에 팔고 수입·지출의 선관위 신고를 의무화한 ‘국회의원윤리실천특별법’을 발의했다. 여야도 진작 문제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여태 감감무소식이다. 하루 빨리 출판기념회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현 제도로는 검은 유혹으로부터 국회의원들이 자유로울 수 없다.
[사설] ‘뇌물’ 통로로 변질된 정치인 출판기념회
입력 2014-08-19 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