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종화] 섬기는 사랑이 참된 교회의 힘

입력 2014-08-19 03:39

프란치스코 교황의 4박5일 방한은 독보적 열광 그 자체였다. 신·불신을 막론하고 이 땅의 민심이 움직였다. 정부나 언론이나 민간단체 거의 모두 교황을 도덕적 사제로 모셨고, 그분의 가르침에 연일 찬사를 내뿜었다.

종교계는 그동안 서로 다른 종교행사에 대해서는 못 본 척하기 일쑤였다. 또 같은 종교라 해도 파가 다르고 교리적 입장이 다르다고 매도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무엇보다 교황의 방문을 계기로 확실히 드러난 이 땅의 ‘민심과 천심’에 대해 개신교를 비롯한 종교계가 깊이 유념하고 실천해야 할 것들이 적지 않다고 본다.

우리는 안다. 지금의 천주교가 500여년 전 종교개혁의 회초리를 맞던 중세 기독교가 더 이상 아님을. 천주교는 종교개혁에 대응하는 ‘반(反)종교개혁’을 통해 한편으로 비판점은 개선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오히려 자기강화 조치를 취해왔었다. 그러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65)를 통해 나름 큰 폭의 자기개방과 개혁 조치를 취하며 새로 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로 이 공의회의 내면적 적자로 보인다. 최근 성직자의 아동 성추문, 투명성 상실의 교회 경영, 권위주의적 교권주의, 매력 상실의 신앙생활 등으로 천주교가 나락에 빠졌다는 세상의 비판과 자기비판의 길목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일거에 교회와 사회에 혁신의 바람을 일으켰다.

그는 종교를 살려냈다. 교회를 살려냈다. 아니 이번에 알고 보니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심오한 영성’과 ‘따뜻한 사랑’과 헌신하고 싶은 ‘믿음의 공동체’를 갈구하고 있었다. 참된 교회는 위에서 지배하는 힘이 아니라 아래에서 섬기는 사랑이 진정한 힘임을, 최고의 권위는 가장 힘없고 가난하고 슬퍼하는 자와의 사랑과 연대에 있음을, 영육 간의 양식을 쌓아둠이 아니라 나눔이 행복임을, 물량적 큼이 아니라 질적 성숙이 아름다움임을 선포하면서 동시에 스스로가 세상을 위한 희생적 소금으로 살고 세상을 비추는 빛으로 살아야 함을 확인하고 각인시켰다. 교회로 하여금 교회되게 함이다. 세상에서 외면당하고 버림받으면 선교가 없고 교회의 존립 근거가 없다.

교황의 메시지는 최근 같은 시기에 열광을 이끌어낸 영화 ‘명량’이 전하는 이순신 장군의 외침과 맥을 같이한다. 그것은 바로 ‘충’과 ‘의’인데 장군을 비롯한 공직의 삶인 ‘의’는 ‘충’을 좇는 것이고, 이 ‘충’은 곧 백성을 향한다는 말이다. ‘프란치스코’와 ‘명량’에서 우리는 위로의 말과 희망의 비전을 보았다. 세월호의 아픔, 병영에서의 학대와 분노, 경제성장 속의 빈곤, 사회적 양극화와 좌절 그리고 폭력 속에서 썩지 않을 사랑의 ‘소금’과 희망의 ‘빛’을 열망하고 있다.

교황의 방문은 새로운 사회 건설의 꿈을 담론으로 제시했다. 오늘날 우리는 국가 혁신을 말하고, 정치개혁과 경제민주화, 사회통합과 비정상의 정상화를 말하지만 이번 교황의 방문으로 터득한 진실은 이것이다. 의와 충을 먼저 공유하자. 교황 방문을 통해 보고 들은 대로 믿음으로 소통하고, 사랑하며 나누고, 내일의 희망을 오늘의 고통 속에 성육시키고, 몸과 마음으로 이렇게 기도하며 살자. “하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우리들 모두가 사는 이 땅에서도 매일같이 이루어지이다”라고.

박종화 경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