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방한 결산] 교황 만난 보통 사람들… “낮은 행보에 감동” “큰 사랑에 위로받아”

입력 2014-08-19 03:21
꽃동네 자원봉사 최재숙씨

사랑과 자비 베풀면서 살아가겠다

교황의 음성 꽃동네 영접을 위해 청주교구에서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했다. 당시 한국을 알리고 싶어 새로 구입한 한복을 입고 행사장 입구에서 참석자들에게 방석과 모자 등을 나눠주는 일을 했다. 무더위였으나 힘든 줄도 몰랐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행사장에 가장 마지막으로 입장해 교황을 뵈었다. 낮은 자세로 사랑을 베풀어주신 교황의 모습은 아기 천사와 같았다. 내 마음속의 태양과 같은 교황을 뵙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웠다. 교황처럼 사랑과 자비를 베풀면서 살아가겠다(16일 충북 음성 꽃동네 희망의집).

강정마을 고권일 위원장

강정마을 등 남은 문제 우리가 풀어야

한국에 오셔서 강정마을, 용산 참사 유가족, 밀양 송전탑 문제 등을 수면 위로 다시 올려주셨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이제 남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교황이 할 일이 아니라 우리들이,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식 일정을 다 소화하시면서도 억압 받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을 최대한 만나려고 하다 보니 직접 뵀을 때 피곤해보여 한편으론 안쓰러웠다. 강정마을이라 적힌 배지, 미국 다큐멘터리 영화 '제주의 영혼들(The ghosts of jeju)'의 DVD, 교황 모습이 담긴 플래카드와 직접 그린 그림을 전달했다(18일 명동성당 미사).

세월호 유족 김영오씨

교황 떠나면 세월호法 잊혀질까 걱정

교황께서 저한테 오실 거란 희망 때문에 한 달 넘게 버틸 수 있었다. 실제 33일째 단식농성 중이었던 저를 발견하더니 차에서 내려 보듬어 주셨다. 교황께서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 보잘것없는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래서 우리를 끌어안아 줄 거란 믿음이 있었다. 우릴 잊지 말고 기도해 달라고 편지에도 적었다. 세월호 특별법이 통과될 때까지 단식농성을 이어가려 한다. 교황께서 한국을 떠나면 세월호 특별법 제정 논의 등 그동안 진척되던 유가족들에 대한 관심이 사라질까봐 겁이 난다(15일 광화문 시복식 카퍼레이드).

두 교황 만난 이영헌씨

장애아 바라보는 눈빛 잊을 수 없어

교황의 소박하고 검소한 삶을 존경하게 됐다. 1989년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열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미사에 참석한 이후 25년 만에 다시 교황을 만나게 됐다. 생애 두 번이나 교황을 만날 수 있어 영광스러웠다. 장애 아이들에게 인자하고 따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교황이 걸어오신 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그 뒤를 따라가고 싶다. 교황을 바라보면서 평화와 사랑, 나눔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소외된 이웃에게 작지만 소중한 봉사활동을 하면서 지역발전을 위해 앞장서겠다(16일 충북 음성 꽃동네 희망의집).

위안부 할머니 이용수씨

위안부 문제 해결될 거라는 희망 생겨

교황께 내 이름과 얼굴, '일본 천왕은 사죄하라'는 문구가 적힌 명함을 건넸고 악수를 나눴다. 긴미사 중에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황께서 오셔서 한도 풀어주시고 평화를 말씀해주셨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도록 교황이 도와주셨으면 좋겠다. 위안부 문제도 언젠가 해결될 거라는 희망이 생겼다. 교황이 선물로 하얀 묵주를 선물해주셨다. 죽을 때까지 갖고 있을 물건이고 평화를 상징한다. 고국에 돌아가셔도 우리를 도와주실 거라는 기대가 크다(18일 명동성당 미사).

계성여고 최효임양

어떻게 살아야 올바른 삶 될 지 고민

처음 교황님께서 한국에 오신다고 했을 때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교황을 영접하러 간다고 들었을 때 가족과 친구들이 좋아했고, 내가 사랑받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교황을 만난 날은 나의 삶에 있어 큰 영광이고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교황님을 만나면서 개인적인 생활에만 몰두한 채 살아온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교황의 말씀처럼 주변을 둘러보고,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나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주변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올바른 삶이 될지에 대한 반성을 많이 하게 됐다(14일 성남공항 영접).

십자가 훈장 받은 강대건씨

남 위하는 일 어렵지 않다는 걸 보여줘

35년 전부터 한센병 환자들을 무료 진료해 왔다. 소명이라 생각하고 실천했을 뿐인데 지난해 교황이 십자가 훈장을 주셨다. 더 이상의 큰 상은 없다고 생각했고 명동 미사에도 초청해 주셔서 기뻤다. 교황의 행보는 늘 예수님의 모습이었다. 교황이 되기 전부터 물질에 지배되는 삶을 억누르고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일하셨다. 그분에 비하면 제가 한 일은 너무 작다. 교황은 방한 기간 자신의 마음에 따라 옆은 보지 않고 앞만 보며 간다는 것을 알려주셨고 그게 어렵지 않다는 걸 보여주셨다(18일 명동 대성당 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