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비무장 흑인에 대한 경찰의 총격 사망사건 이후 소요가 계속되고 있는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시에 16일(현지시간)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제이 닉슨 미주리 주지사는 “퍼거슨 시민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사건이 발생한 세인트루이스 교외를 중심으로 야간 통행금지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야간 통행금지는 16일 자정부터 17일 새벽 5시까지다. 그러나 이날 자정 이후에도 일부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해 ‘평온한 밤’이 되리란 기대는 무산됐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경찰은 끝까지 남아있던 150여명에게 연막탄과 최루탄을 사용했으며 해산 명령에 불응한 7명을 체포했다. 또한 집회와 상관없는 한 여성이 총에 맞아 위독한 상태다.
닉슨 주지사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에도 주민들은 항의성 질문과 야유를 쏟아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한 주민은 “우리는 잠이 아니라 정의가 필요하다”고 외쳤다. 비상사태는 전날 밤 시위대 중 일부가 도심 가게를 약탈하고 이에 경찰이 최루탄을 다시 터뜨리며 진압을 벌인 뒤 이뤄졌다. 10대로 보이는 소수 흑인들에 의해 최소한 가게 4곳이 털렸다고 경찰은 밝혔다.
진정 기미를 보이던 소요사태가 재발한 것은 퍼거슨시 경찰 당국이 15일 희생자 마이클 브라운(18)으로 보이는 청년이 사망 직전 상점에서 담배를 훔치는 모습을 담은 CCTV 화면을 전격 공개했기 때문이다. 유족과 시위대의 반발을 부르며 사태를 악화시켰다. 경찰은 또 브라운에게 총을 쏜 경관이 대런 윌슨이라고 말했다. 경찰 측은 그의 인종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목격자는 백인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특히 이 비디오 공개를 놓고 퍼거슨시 경찰 당국과 미 법무부 간 갈등설도 터져 나왔다. NYT는 현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연방 법무부나 현재 퍼거슨시의 치안을 담당하는 미주리주 고속도로순찰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퍼거슨시 경찰이 브라운의 절도 장면을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절도 장면이 공개되면 소요가 한층 더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법무부가 반대했음에도 퍼거슨시 경찰이 독단적으로 실행했다는 것이다.
퍼거슨시에는 흑인 지도자들이 속속 도착해 시위와 기도회를 이끌고 있다. 인권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를 포함한 수십명이 브라운이 사망한 곳에 모여 집회를 열었다. 트위터 공동 창립자이자 세인트루이스 출신인 잭 도시도 동참했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포스트(WP)는 브라운이 윌슨 경관에 의해 ‘처형 방식’으로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는 핵심 목격자의 증언을 소개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브라운의 친구 도리언 존슨은 연방수사국(FBI)에 지난 9일 밤 두 사람이 도로 한가운데를 걷는 것을 본 윌슨이 욕설을 하며 보도로 갈 것을 요구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이 거절하자 윌슨은 순찰차의 창문 밖으로 손을 뻗어 브라운의 멱살을 잡은 뒤 총을 꺼내 쐈다. 윌슨은 브라운이 두 손을 들었음에도 밖으로 나가 쫓아가며 대여섯 발을 추가로 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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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 확산 퍼거슨市 비상사태 선포… 야간 통행금지
입력 2014-08-18 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