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뒷談] 최 부총리 “눈도장 찍지 말라”

입력 2014-08-18 04:35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세종시 업무 비효율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섰다. 여기에는 자신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 서울과 세종을 오가며 길바닥에서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도 들어 있다.

기획재정부는 17일 국립세종도서관 대회의실에서 최 부총리 주재로 ‘업무 효율화 및 청렴한 공직문화 실천을 위한 직원 토론회’를 열었다. 부총리부터 말단 사무관까지 80여명은 ‘세종청사 시대의 비효율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놓고 자유로운 토론을 벌였다.

토론회는 최 부총리 제안으로 이뤄졌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부총리 후보로 내정된 이후 업무 보고 과정을 쭉 지켜봤고, 취임 한 달을 지나며 이렇게는 안 되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 생산 공장은 세종시에 있는데 생산보다는 (서울시에서) 정책 팔러 다니는 데 시간을 다 보내고 있다”며 “개선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솔선수범하기로 했다. 각종 국회 회의는 주요 간부만 출석하고 부총리에 대한 대면보고는 기존의 3분의 1로 줄이되 보고 인원도 3명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그는 “1급 보고를 할 때라도 국장이나 정책을 만든 과장 정도만 오도록 하라”며 “웬만하면 서면보고를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나에게) 눈도장 찍으러 길바닥에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재부 직원들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과연 국회 호출에 해당 업무를 맡은 과장이 국장에게 “혼자 갔다 오시라”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한 직원은 “업무 효율화 방안을 토론하는 것은 좋은데 일요일 날 개최하는 것도 세종시 비효율화의 한 단면”이라고 꼬집었다.

세종=윤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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