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정치’를 타파하겠다며 여야 모두 획기적 출범을 공언했던 혁신위원회가 윤곽조차 나오지 않은 채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가 제대로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소모적 공방에만 열을 올렸기 때문이다. 당내 공천 문제, 계파 갈등 등 고질적 정치 병폐를 해소하겠다는 혁신의 깃발은 힘을 잃는 모습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리저리 시간만 때우다가 결국 ‘무늬만 혁신’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보수의 혁신’을 전면에 내걸고 당 대표에 당선된 만큼, 상향식 공천제 확립 등을 힘 있게 추진할 혁신위원회를 조속히 출범시킬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새 지도부 출범 직후 7·30재보선에 ‘올인’한 뒤 세월호 특별법 처리 문제에 당력을 집중시키느라 혁신위원회 출범은 뒤로 한참 미뤄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1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로선 혁신위 구성은 시급한 사안이 아니다”며 “당의 중차대한 과제를 맡아야 하는 만큼 혁신위의 활동 방향을 검토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지명직 최고위원과 여의도연구원장 인선과 함께 맞물려 혁신위원장 인선을 진행 중이다. 이달 말 또는 늦어도 9월 초까지는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여러 목소리를 아우를 수 있는 적임자를 찾는 데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혁신위의 방향은 지난 재보선을 앞두고 꾸려졌다 최근 활동을 끝낸 ‘새누리당을 바꾸는 혁신위원회’의 보고서와 당내 여론 수렴 과정 등을 통해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 사정은 더 복잡하다. 재보선 참패 이후 비상체제로 전환했고 비상기구인 국민공감혁신위원회가 출범했지만 혁신위 구성 작업을 제대로 시작하지도 못했다. 재창당 수준의 혁신체제를 갖춘다는 구상이었으나 선거 패배 이후 당내 계파 간 내홍도 가라앉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더구나 내부의 파열음은 세월호 특별법 협상 문제로 더욱 거세진 형국이다. 따라서 20일로 예정됐던 혁신위 출범 일정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새정치연합은 당 안팎의 인사 10명 정도로 국민공감혁신위를 꾸린다는 밑그림을 그렸다. 당내 후보로는 계파별 이해관계를 떠나 지역위원장이나 당직 및 공직 인선 등에서 ‘공정한 룰’을 추진할 수 있는 인사를 물색 중이다. 혁신위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외부인사 영입에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이 직접 나서고 있으나 참신한 인물을 찾는 데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 진보적 인사로 꼽히는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등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당 내부에서는 혁신위 구성 이후가 더 문제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차기 당권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계파 간 갈등이 더욱 격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번 주 중 혁신위를 출범시키려고 했으나 세월호 특별법 문제로 인해 늦춰질 수 있다”고 했다.
김경택 임지훈 기자 ptyx@kmib.co.kr
낡은 정치 확 바꾸겠다더니… 여야, 혁신위 윤곽도 못내
입력 2014-08-18 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