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시대 보험료 오르고 수령액은 줄어든다

입력 2014-08-18 03:38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보험사들의 보험상품 공시이율이 또 낮아질 전망이다. 갈수록 길어지는 저금리 현상에 따라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보험사들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금리 변동까지 고려한 장기 운영을 해야 할 책임 있는 보험사가 그 부담을 소비자에게만 부담시켜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14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인하 방침을 내놓자 시중 은행 이상으로 울상을 짓고 있는 곳이 있다. 다름 아닌 보험업계다. 고객의 돈(보험료)을 잘 굴려 고객에 대한 보험금이나 수익금(연금, 환급금 등)을 돌려줘야 하는 보험 상품의 특성상, 기준금리는 보험사의 운용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2000년대 초반 6%대 이상의 확정금리를 약속한 고금리 저축형 상품을 경쟁적으로 팔았던 생명보험사들은 갈수록 낮아지는 금리 상황에 허덕이고 있다. 고객에게 약속한 이자보다 자산을 운용해서 만들어내는 수익이 더 낮아지는 ‘역마진’ 때문이다.

생보사들은 이미 역마진 우려 등을 내세우며 지난 6월부터 단계적으로 공시이율을 인하해 왔다. 삼성생명의 경우 6월 3.95%였던 무배당 저축보험 공시이율을 7월 3.92%, 8월 3.90%까지 낮췄고, 한화생명과 교보생명도 같은 기간 각각 0.04% 포인트, 0.05% 포인트씩 낮췄다. 이번에 인하된 기준금리가 반영되면 공시이율은 더 낮아지게 된다. 2012년만 해도 5%대 안팎이던 보험상품 이율이 3%대로 추락한 셈이다. 문제는 보험상품에 적용되는 일종의 이자율인 공시이율이 떨어지면 보험 가입자에게 적용되는 환급금이나 연금수령액 등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점이다.

저금리 상황이 길어지면 결국 보험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도 인상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저금리 추세가 이어진다면 비슷한 보장(보험금)이나 연금액 등을 주는 상품의 보험료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험사들이 기준금리 인하 등을 빌미로 자신들의 과거 고금리 상품 판매로 인한 역마진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려 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소비자연맹 이기욱 보험국장은 “저금리 기조에 대한 우려는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보험사들은 저금리 대책 수립보다는 외형 확대 경쟁으로 저축형 상품 판매에만 주력해 왔다”면서 “그로 인한 피해를 소비자에게만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금리 변동에 덜 민감한 보장성 보험 등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새로 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석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들은 다양한 판매채널을 통해 균형 잡힌 상품 포트폴리오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