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적 정치자금 통로로 지적돼 온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가 검찰의 직접 수사선상에 올랐다. 입법로비 대가성 ‘책값’을 정조준했다는 점에서 출판기념회에 대한 사상 첫 검찰 수사다. 검찰이 오래된 국회의원들의 돈줄을 정면으로 겨냥한 만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SAC)의 입법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의원이 한국유치원총연합회로부터도 입법을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고 보고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까지 상황을 종합하면 신 의원은 지난해 9월 출판기념회를 통해 유치원업계 관계자들에게서 책값으로 3880만원을 받았다. 검찰은 이 돈을 신 의원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던 지난해 4월 발의한 사립학교법 개정안 및 유아교육법 개정안과 연결시키고 있다. 신 의원이 유치원업계에 유리한 법안을 추진했고, 그 대가로 유치원업계가 책값을 몰아서 냈다는 것이다. 검찰이 압수수색한 신 의원의 은행 대여금고의 뭉칫돈에도 책값이 일부 포함돼 있다.
이번 사건은 정당한 입법 활동과 부패한 입법 로비의 경계를 둘러싼 논란에 기름을 부을 것으로 보인다. 출판기념회는 성격 자체가 국회의원과 직간접적 이해관계가 있는 기관 혹은 개인이 책값을 핑계로 비공식적인 정치자금을 후원하는 것이다. 때문에 이를 수사한다면 입법 활동이 위축되고, 표적 수사로 악용될 소지가 많다는 우려다.
새정치연합의 한 의원은 “출판기념회에서 오가는 돈을 뒤진다면 자유로울 정치인이 누가 있겠느냐”며 “제도 발전이 필요한 영역을 검찰이 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액의 책값은 직간접적 로비자금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는 반론이 만만찮다. 책값을 적어둔 ‘장부’가 있다는 점도 모종의 뒷거래로 여겨질 수 있다. 출판기념회는 정치권의 ‘시한폭탄’과 같았다.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묻지마 후원금’으로 불리는 출판기념회 제도 개선 여론이 한층 탄력받을 전망이다.
신 의원은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판기념회를 통한 출판 축하금이 대가성 로비자금이 될 수 있느냐”며 “이제까지 검찰에서 공식적으로 수사된 적이 없다”고 반발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정치인 출판기념회’ 첫 검찰 수사
입력 2014-08-18 05:36 수정 2014-08-18 1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