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창 제주지검장 음란행위 혐의 檢·警 진실공방… 수사결과 따라 한쪽은 치명상

입력 2014-08-18 03:00

김수창(52·사법연수원 19기·사진) 제주지검장이 심야에 도로변에서 음란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김 지검장은 17일 “철저한 조사를 위해 필요하다면 검사장 자리에서 물러날 용의도 있다”며 배수진을 쳤고, 경찰은 목격자 진술과 CCTV 화면 등 증거 수집에 집중하고 있다. 현직 검사장이 성추문 관련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안인 만큼 수사 결과에 따라 검찰과 경찰 중 한쪽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지검장은 이날 예고 없이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기자실을 찾아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황당하고 어이없는 봉변을 당했지만 검찰 조직에 누가 될 것을 염려해 신분을 감췄다”며 “이것이 상상조차 못할 오해를 불러일으켜 저와 가족은 죽음과도 같은 고통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확인되지도 않은 터무니없는 의심으로 한 공직자의 인격이 말살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신속한 조사를 요구했다.

사건은 지난 12일 오후 11시58분쯤 여고생 A양(18)이 이모를 통해 “초록색 상의를 입은 한 남성이 제주 이도2동 제주소방서 옆 골목길에서 바지를 벗고 성기를 노출했다”고 112에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13일 0시45분쯤 김 지검장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당시 A양은 “얼굴은 확실치 않지만 옷차림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경찰은 신고 현장 CCTV에서 한 남성이 음란행위로 추정되는 행동을 한 화면을 확보해 김 지검장과 동일인물인지 여부를 집중 분석 중이다. 또 주변 CCTV와 차량 블랙박스 화면 등을 통해 김 지검장이 주장하는 이동경로가 사실과 일치하는지, 비슷한 인상착의를 한 제2의 남성이 있었는지도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신고자가 옷차림새 등 인상착의를 기억하고 있었고, 김 지검장이 체포 직후 조사 단계에서 신분을 밝히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김 지검장은 인적사항을 묻는 경찰의 질문에 묵비권을 행사하다가 나중에는 자신의 동생 이름을 댔다고 한다. 반면 김 지검장은 어두운 밤에 신고자가 자신을 다른 사람과 오인했으며, 현직 검사장이 경찰에 체포됐다는 것 자체만으로 검찰 조직에 누가 될 수 있어 신분을 감춘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김 지검장은 “잘못하면 검·경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고, 검사장이라는 신분이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김 지검장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올해 ‘에이미 검사’ 사건과 ‘현직 검사의 피살 재력가 금품수수’ 사건으로 홍역을 앓은 검찰 조직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사실이 아닐 경우 경찰은 성급하게 현직 지검장을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이준호 감찰본부장을 제주도로 직접 급파해 사건 경위 파악에 나섰던 대검찰청은 이튿날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경찰 수사 진행상황을 지켜본 뒤 감찰착수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