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지변 아니면 취소 불가”… 천불나는 수상레포츠

입력 2014-08-18 03:01

대학생 A씨(24)는 친구 3명과 함께 지난달 말 인터넷 중개업체를 통해 1박2일간 숙박 및 래프팅 패키지 상품을 예약했다. 비용은 1인당 5만원씩에 에어컨 사용비 2만원 등 모두 22만원. 이 중 12만원을 선입금했다.

A씨는 그러나 12호 태풍 ‘나크리’가 올라온다는 소식에 지난 1일 래프팅을 취소하기로 했다. 업체 담당자는 “천재지변이 아닌 경우 업체가 행사 여부를 판단한다”며 “이틀 전 취소할 경우 총금액의 30%인 6만6000원만 환불되는데 22만원 중 12만원만 입금했으니 오히려 3만4000원을 더 내야 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하루 동안 고민한 A씨가 이튿날 “예정대로 래프팅을 하겠다”며 전화를 걸었지만 업체는 “숙소가 다른 팀에게 나갔다”며 전화를 끊었다. 일방적으로 예약을 취소하고 선입금을 가로챈 것이다. A씨는 17일 “업체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게 황당했다”고 말했다.

여름철 각종 수상레포츠가 각광받고 있지만 허술한 규정 탓에 고객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예약이나 환불·부상 피해 등에 대한 보상을 두고도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한철 장사’를 노려 수상레저사업 등록도 하지 않은 채 온라인에서 고객 모집만 한 뒤 현지 레저업체에 중개만 하는 ‘통신판매업’ 래프팅 업체가 늘어나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

B씨는 최근 가족들과 래프팅을 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3인 상품을 구입했다. 그러나 이동 중 아이 건강상태가 갑자기 나빠져 환불을 요구하자 업체는 “현장에 있는 래프팅 업체에 가서 이야기하라”고 말했다. 현장 사정은 또 달랐다. 업체 관계자는 “직접 판매한 상품이 아니니 환급은 중개업체에 연락하라”고 답했다. B씨는 결국 현장에서 말다툼을 벌이다 귀가할 수밖에 없었다.

부상을 당해도 보상받기 어렵다. 지난 5월 C씨는 웨이크보드를 타던 중 물속에 설치된 점프대에 부딪혀 부상을 입은 뒤 응급실 치료를 받았다. C씨는 이용하지 못한 시간에 대한 대금 환급과 치료비 등의 배상을 요구했지만 업체는 응급실 경비만 지급했다. 치료비는 보험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석 달째 연락이 없는 상태다.

소비자들은 급한 마음에 관련 협회로 전화해 보상이나 환불 규정을 묻기도 하지만 이를 일괄 관리하는 곳은 없다. 협회는 인명구조자격, 래프팅가이드자격증 등만 담당하기 때문이다. 대한래프팅협회 관계자는 “수상레저안전법에 따라 사업자 등록 업무는 해경과 지자체로 나뉘어 있다. 해상레저는 해경이, 강과 호수 등 바다가 아닌 곳의 수상레저는 지자체가 위임받아 운영하기 때문에 업체 현황을 한데 모아보기도 쉽지 않고 함께 겪는 문제에 공동 대응하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통계조차 잡기 힘든 래프팅 중개업체의 점유율이 6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책임감 없이 운영하는 곳이 많다 보니 피해를 보는 고객이 속출하고 있어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