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시복식이 열린 지난 16일 당초 우려했던 세월호 유가족의 농성 천막 강제 철거나 경찰과의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유가족은 전날 경찰과 협의를 거쳐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돼 있던 천막 10개동 중 8개동을 자진 철거했다. 교황은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단 채 힘들고 지친 그들을 위로했다.
오전 9시쯤부터 시작된 카퍼레이드 도중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월호 유가족을 발견하고 차를 세웠다. 계획되지 않은 일이었다. 짧은 기도를 마친 뒤 차에서 천천히 내린 교황은 딸 김유민양을 잃고 34일째 단식 중인 김영오(47)씨에게로 걸어갔다. 교황은 김씨의 손을 꼭 붙잡았다. 김씨는 교황의 손등에 입을 맞춘 뒤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 세월호를 절대 잊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 순간 주변에 있던 시민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통역을 통해 말을 전해들은 교황은 김씨와 두 눈을 마주보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교황의 가슴에는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이 달려 있었다.
김씨는 노란 편지를 교황에게 전달했다. 그러자 교황은 이를 수행원에게 전달하지 않고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1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김씨가 전달한 노란편지에는 “왜 내 딸이 그렇게 죽어야 했는지 반드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는 등 특별법 제정과 관심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교황을 만난다고 특별법이 제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 세계에 세월호 유가족의 이야기가 전해지면 정부도 느끼는 게 있을 것”이라며 “교황께 너무나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16일 저녁 언론 브리핑에서 “(세월호 유가족) 앞을 지나다 통역을 하던 신부에게 세월호 유가족이란 얘기를 듣고서 잠깐 멈추자고 했을 것”이라며 “세월호 참사에 교황 본인도 공감하고 가족들의 고통에 동참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유가족은 시복식이 모두 끝나고 주최 측의 철거 작업이 시작된 오후 3시쯤에야 천막 재설치를 시작했다.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천막과 매트 등을 날랐다. 양복을 입은 직장인 등 지나가던 시민들도 하나둘씩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설치 작업은 오후 7시쯤 마무리됐다.
글·사진=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광화문광장 시복식 열리던 날… 세월호 유가족-경찰, 충돌 없었다
입력 2014-08-18 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