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태풍 '곤파스' 상륙 때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유리창이 산산조각 났던 건 건물 사이의 바람이 강해지는 '골바람 효과' 때문이었다. 이런 피해를 막고 안전을 지키기 위해 고층건물을 설계할 때는 반드시 바람의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지상 123층, 높이 555m 초고층건물인 제2롯데월드 환경영향평가에선 이 문제에 대한 평가가 허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일보가 입수한 2009년 제2롯데월드 환경영향평가서를 보면 롯데건설은 풍속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표본모델의 구획 간격을 통상 기준치(1m)보다 훨씬 넓은 16∼17m로 설정했다. 이규석 성균관대 조경학과 교수는 17일 "모의실험 간격이 기준의 16배가 넘게 설정돼 555m가 아니라 35m 높이의 빌딩을 짓는 수준에서 바람의 영향을 평가했다"며 "제2롯데월드 때문에 주변 지역에 돌풍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보행자 안전성 검증에서도 건물 고도가 300m를 넘어서자 전체 83곳의 풍속 측정 포인트 중 20곳 이상에서 풍속이 안전기준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제2롯데월드 타워는 전체 555m 중 약 330m가 지어진 상태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이미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난기류의 영향으로 항공기 운항에도 걸림돌이 생길 수 있다. 환경영향평가서는 제2롯데월드의 영향으로 이 일대 상공에 난기류가 발생해도 안전벨트를 착용하면 되는 '약함(Light)'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풍속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인근 서울비행장을 오가는 항공기에 미치는 영향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백상진 기자
[제2롯데월드 논란 2라운드] 초고층빌딩 돌풍 피해 판단도 허술… 환경영향평가서에 드러난 그 밖의 문제들
입력 2014-08-18 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