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17일 오후 충남 서산 해미읍성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 폐막 미사에 참석한 청년들에게 "깨어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성경 시편 구절을 인용하며 "잠들어 있는 사람은 아무도 기뻐하거나 춤추거나 환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또 "아시아에 살고 있는 젊은이로서 사회생활에 참여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두려워하지 말고 사회생활의 모든 측면에 신앙의 지혜를 불어넣으라"고 말했다.
이날 미사는 해미읍성 서문 옆에서 치러졌다. 해미읍성은 1790년대부터 100년 동안 천주교 신자 3000여명이 처형된 곳이다. 서문은 박해받은 신자들에게 '천국으로 가는 문'이라고 불렸다. 미사 제단에는 참석한 23개국 청년들과 국내 가톨릭 청년들이 직접 그려 장식한 16개의 대형 십자가가 올라왔다.
다양한 국적의 아시아권 청년들이 참석한 축제인 만큼 각국의 언어로 미사가 열리는 '언어의 향연'이 벌어졌다. 베트남어와 인도네시아어로 성서를 읽었고 기도 시간에는 교황을 위한 기도가 일본어로, 인류를 위한 기도가 영어로 울려 퍼졌다. 아시아권 교회를 위한 기도는 힌디어로, 가난한 이들을 위한 기도는 라오스어로, 미사 참여자들을 위한 기도는 한국어로 낭독됐다. 교황은 라틴어로 미사를 집례했고 강론은 영어로 진행했다. 신자들은 각자의 모국어로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수십개의 언어가 화음을 이뤘다.
교황은 스페인어와 이탈리아어 라틴어 영어 프랑스어 등 8개의 언어를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국어 스페인어 외에 이탈리아어와 라틴어에 능숙하다. 평소 미사는 이탈리아어와 라틴어로 집전하고, 일상 회화는 편한 스페인어를 쓴다.
방한 첫날인 14일 청와대 연설과 15일 아시아청년대회 등에서는 세 차례 영어 연설도 했다. 해외 방문에서 영어 연설은 처음이다. 아시아청년대회에서는 청년 대표 3명의 고민을 들은 뒤에는 즉흥적으로 영어로 대답을 하다 "영어가 짧아 쉽지 않다. 이탈리아어로 하겠다"고 소탈하게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 '눈높이 언어' '맞춤식 언어'라는 얘기가 나온다. 젊은이와의 소통을 위해 총 7번의 한글 메시지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기기도 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젊은이여, 깨어 있으라 잠들면 춤추고 환호못해”
입력 2014-08-18 04:00 수정 2014-08-18 15: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