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세종시 업무 비효율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섰다. 여기에는 자신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 서울과 세종을 오가며 길바닥에서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도 들어 있다.
기획재정부는 17일 국립세종도서관 대회의실에서 최 부총리 주재로 ‘업무 효율화 및 청렴한 공직문화 실천을 위한 직원 토론회’를 열었다. 부총리부터 말단 사무관까지 80여명은 ‘세종청사 시대의 비효율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놓고 자유로운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회는 최 부총리 제안으로 이뤄졌다. 그는 토론회 모두발언에서 “부총리 후보로 내정된 이후 업무 보고 과정을 쭉 지켜봤고, 취임 후 한 달을 지나면서 이렇게는 안 되겠다고 느꼈다”며 “우리 코가 석 자”라고 말했다. 이어 “정책을 생산하는 공장은 세종시인데, 생산하는 것보다 서울에서 정책을 팔러 다니는 데 시간을 다 보낸다”며 “실질적인 행동 변화를 유발할 수 있는 개선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솔선수범을 보이기로 했다. 그는 앞으로 서울에서 업무를 보더라도 수행원은 3명으로 제한키로 했다. 최 부총리는 최근 “(나에게) 눈도장 찍으러 길바닥에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할 예정”이라며 “차관들과 실장들에게 사전보고를 하지 말고 스스로 책임 아래 업무를 처리한 뒤 사후에 결과만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기재부 직원들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과연 국회 호출에 해당 업무를 맡은 과장이 국장에게 “혼자 갔다 오시라”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기재부 한 직원은 “업무 효율화 방안을 토론하는 것은 좋은데 일요일 날 개최하는 것도 세종시 비효율화의 한 단면”이라고 꼬집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관가 뒷談] 최 부총리 “우리 코가 석자”
입력 2014-08-18 0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