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건 “고위급 접촉하자며 군사훈련 하나” 불만

입력 2014-08-18 03:05 수정 2014-08-18 05:13
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이 17일 개성공단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 등 방북 일행에게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명의로 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5주기 추모 화환과 조전(弔電)을 전달했다.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는 오후 5시쯤 공단 내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사무소에서 화환을 건넸다.

김 부장은 “김 전 대통령이 민족의 화해와 단합, 나아가 통일을 위해 기울인 노력과 공적을 잊지 않을 것이며 그가 남긴 업적은 후세에 길이 전해지게 될 것입니다. 나는 유가족들과 김대중 평화센터 관계자들이 김 전 대통령 생전의 뜻을 이어받아 통일사업에 계속 앞장서 나가길 바랍니다”라는 지난 14일 작성된 조전을 대독했다. 북측 관계자는 화환에 2시간에 1번씩 물을 줄 것을 당부하면서 시들면 교체할 수 있도록 여분의 꽃도 전달했다.

김 부장은 사무소 앞에 마중 나와 박 의원과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김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전 의원 등을 반갑게 맞았다. 김 부장은 “추모 행사를 위해 바쁘신데도 나오셨다. 몇 년 만에 만나냐”고 인사를 건넸다. 김 부장은 2009년 8월 김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북측 조문단으로 서울을 방문했었다. 박 의원은 “5년 전이나 (외모가) 변함없이 똑같다”고 화답했다. 비공개 환담은 1시간5분가량 이어졌다.

박 의원은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부장이) 핵 폐기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8·15 경축사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면서 “전제조건 없이 실천할 수 있는 지도자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김 부장은 “자꾸 핵 문제를 거론하면서 어떤 것(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하자고 하면 그 내용을 실현할 수 있겠느냐”며 “한·미 군사훈련(18일 시작되는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도 하필 2차 접촉을 제안하면서 하려고 하느냐”고 말했다. 또 “미국과 한국이 군사훈련을 하면서 우리의 실탄 연습에 대해 떠드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6·15 공동선언처럼 하나하나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 때 허물어진 남북관계이기 때문에 다시 시작하기가 무척 어렵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박근혜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설명할 때는 경청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이날 만남은 북한이 정부의 2차 남북 고위급 접촉 제의에 침묵 중인 것과 대비됐다. 당국 간 대화에 앞서 김 전 대통령 시절 남북관계 ‘해결사’ 노릇을 했던 박 의원과 임 전 장관을 만난 것은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등 현 정부의 대북 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의도가 담겼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평소 북한이 갖고 있던 불만을 두루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개성=공동취재단

백민정 이종선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