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출혈열로 인한 피해가 식량부족과 물가폭등 등 경제난으로 번지고 있다. 감염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라이베리아가 에볼라 통제의 중요 변수로 떠오르자 시험단계 치료제 ‘지맵’이 라이베리아에서 처음 투약됐다.
국경없는의사회(MSF)는 15일(현지시간) 서아프리카발(發) 에볼라 사태가 국제사회의 대응 능력을 넘어 빠르게 전염되면서 현지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열흘간 서아프리카 지역을 방문했던 조안 리우 MSF 회장은 “(발병지역 상황이) 마치 전쟁과 같았다”면서 “낙관적으로 봐도 최소한 6개월은 지나야 통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감염이 휩쓸고 간 지역에서는 농산물 유통이 급감하고 시장이 폐쇄되면서 식량 가격이 폭등해 주민들을 이중으로 괴롭히고 있다. 식량 가격은 오르고 반대로 일자리를 잃는 이들이 늘어가면서 안 그래도 가난한 이들 국가는 심각한 경제난의 악순환에 빠졌다.
지난 3월 최초 발생지 기니는 최근 에볼라 확산 감소세에 안도하기도 전에 식량난의 직격탄을 맞았다. 남동부 곡창지대에서 에볼라가 발병한 뒤 이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도시로 반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도 에볼라 진원지인 남동부 농산물을 원하지 않는다”는 현지 주민들의 전언 속에 수도 코나트리의 식료품 시장들은 최근 몇 달간 개점휴업 상태로 알려졌다. 라이베리아나 시에라리온 역시 에볼라 진원지 인근 시장 곳곳이 폐쇄돼 식량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미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발표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의 보고서를 인용해 “서아프리카 국가들이 에볼라로 인해 상업과 교통체계에 치명적인 붕괴가 예상된다”며 2차 피해 가능성을 경고했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은 조만간 100만명에 달하는 이 지역 주민들에게 식량 원조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대응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MSF가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 전염을 잡지 못하면 서아프리카 지역을 절대 안정시킬 수 없다고 밝힌 가운데 지맵을 공급받은 라이베리아가 16일 자국 감염자에게 투약을 개시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 첫 지맵 치료를 받게 되는 이들은 라이베리아 의사 2명과 나이지리아 의사 1명이다. 라이베리아에 제공된 지맵은 사실상 전 세계 마지막 분량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재고가 바닥나 숫자가 제한된 상태”라며 시험단계 치료제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경계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에볼라 확산 서아프리카 식량값 폭등… 유엔 “100만명 원조 필요”
입력 2014-08-18 0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