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을 소재로 한 영화 ‘명량’이 할리우드 영화 ‘아바타’를 제치고 역대 흥행순위 1위에 올랐다. 또 개봉 19일 만에 관객 1400만명을 돌파했다. 이 영화의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는 17일 오전 누적관객이 1422만명이라고 밝혔다. 앞서 16일 ‘명량’은 ‘아바타’(1362만4328명)가 갖고 있던 역대 흥행 1위 타이틀을 5년 만에 되찾으며 한국 영화 흥행사를 새로 썼다.
◇각종 신기록 행진=‘명량’은 광복절인 15일 ‘괴물’(1301만9740명)이 보유한 한국 영화 흥행기록을 8년 만에 경신했다. 역대 최단 기간 200만(3일) 300만(4일) 400만(5일) 500만(6일) 600만(7일) 700만(8일) 800만(10일) 900만(11일) 1000만(12일) 돌파 등 신기록을 쏟아냈다.
한국 영화로는 처음 매출액 1000억원도 돌파했다. 16일까지 매출액은 1079억원. 외화까지 포함하면 ‘아바타’(1284억원)가 유일하게 ‘1000만 관객-1000억 매출’을 기록했다. ‘명량’은 평일 50만, 주말 70만을 동원하고 예매 점유율도 줄곧 1위를 차지해 조만간 1500만 돌파와 함께 매출도 ‘아바타’를 앞설 것으로 보인다.
◇이순신 열풍 확산=‘명량’의 돌풍에는 이순신의 힘이 가장 컸다. 이순신에 익숙한 중장년층 관객들이 대거 영화관을 찾았고, 전쟁 영화라는 편견을 깨고 남성(41.9%)보다 여성(57.8%) 관객이 더 많았다. 영화를 한 번 이상 보는 재관람률도 3.7%나 됐다.
이순신 관련 콘텐츠는 문학 등 인접 분야로 확산됐다. ‘칼의 노래’ ‘그러나 이순신이 있었다’ ‘난중일기’ ‘이순신의 리더십’ 등 관련 서적이 불티나게 팔리고, 이순신 장군의 무용담을 재현한 장난감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명량’ 인문학 강의가 곳곳에서 열리고 정치권에서도 관람 열기가 확산됐다.
◇한국 영화 할리우드 압도=‘명량’의 가세로 역대 1000만 돌파 영화는 모두 12편이 됐다. 이 가운데 ‘아바타’와 ‘겨울왕국’을 제외하고 10편이 한국 영화다. ‘괴물’ ‘도둑들’ ‘7번방의 선물’ ‘광해, 왕이 된 남자’ ‘왕의 남자’ ‘태극기 휘날리며’ ‘해운대’ ‘변호인’ ‘실미도’가 1000만 관객 대열에 올랐다. 2003년 ‘실미도’가 처음 1000만 고지를 점령한 후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명량’의 기세에 힘입어 관객 점유율도 한국 영화가 할리우드 영화를 눌렀다. 1월 1일부터 8월 16일까지 한국 영화 관객 점유율은 50.6%로 44.6%의 미국 영화를 따돌렸다. 한국 영화가 미국 영화를 제친 것은 1분기(1∼3월) 이후 5개월 만이다. 4∼7월에는 할리우드 영화가 전체 관객의 74.3%를 쓸어 담으며 21.9%에 그친 한국 영화를 압도했었다.
◇쏠림 현상과 스크린 독과점=‘아바타’는 3D 신기술로 극장가를 장악하고, ‘괴물’은 배우들의 연기력, 사회적 메시지, 드라마의 힘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관객들의 마음을 훔쳤다. 반면 ‘명량’은 영화의 완성도보다는 성웅 이순신에 대한 관심이 흥행을 주도했다는 평가다. 애국심 마케팅 등에 기인한 한국인의 집단 쏠림 현상을 드러낸 것이다.
스크린 독과점도 이를 부채질했다. ‘명량’의 상영관은 최대 1500개(전체의 39.8%)였다. 900여개 스크린에서 각각 상영된 ‘아바타’와 ‘괴물’은 비교가 안 된다. 특히 CJ CGV의 경우 10여개 관 가운데 ‘명량’이 6∼7개관에서 상영돼 유력 배급사의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빚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영화도 대첩…아바타를 이겼사옵니다” 역대 흥행 1위 ‘명량’ 19일 만에 1400만 돌파
입력 2014-08-18 03:39 수정 2014-08-18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