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주시는 처음이자 마지막 세례라고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안산 단원고 2학년 고(故)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56)씨의 목소리는 흥분이 가시지 않은 듯 가볍게 떨렸다. 17일 교황에게 막 세례를 받은 후였다. 이날 오전 7시30분 서울 종로구 주한로마교황대사관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된 세례식은 1남1녀 등 가족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씨의 세례는 방한 일정에는 예정되지 않은 것이었다. 이씨는 지난달 8일 고 김웅기군의 아버지 김학일씨 등과 세월호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도보순례단을 꾸려 단원고를 출발했다. 6㎏이 넘는 십자가를 지고 900㎞를 걷는 대장정을 마치고 지난 14일 대전에 도착한 이씨는 다음날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미사’를 앞두고 교황을 만났다.
이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대전에서 교황을 만나 세례를 받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그 자리에서 세례를 주겠다고 답하셨다”고 전했다. 세례명은 교황명과 같은 ‘프란치스코’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세례를 주시니 그분을 따라 세례명을 정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교황에게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말하지 않아도 우리의 아픔을 알고 계시는 것 같았다”면서 “자애롭고 인자한 그분의 모습을 뵌 것으로 충분했다”고 강조했다. 교황도 이씨에게 ‘신앙생활 열심히 하라’는 덕담을 건넸다고 했다.
한국 신자가 교황에게 세례를 받은 것은 25년 만이다. 1989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제44차 세계성체대회 기간 중 열린 ‘젊은이 성찬제’에서 청년 12명이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세례를 받았다.
서윤경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예정 없던 깜짝 세례” 교황 세례 받은 단원고생 아버지 이호진씨
입력 2014-08-18 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