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7일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평가절하하고 나섰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북남관계 문제에 대한 똑똑한 해결책은 없고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하는 것으로, 실속 없는 겉치레와 책임전가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환경, 문화, 민생 분야의 우선적 협력을 강조한 대북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셈이다. 같은 날 북한 인민군은 성명을 발표, 이번 주부터 열릴 한·미 군사훈련을 맹비난하며 선제 타격을 위협했다. 남북관계 개선을 적극 도모 중인 우리 정부를 안타깝게 하는 반응이다.
북한은 남북관계를 진정으로 개선할 의사가 있다면 남측의 전향적 자세 변화에 호응해야 한다. 이명박정부에 이어 보수세력의 도움으로 집권한 박근혜정부는 기본적으로 대북 압박정책을 선호한다. 지난 1년반 동안 교류·협력보다 북핵 문제 해결에 치중해 온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교류·협력에 비중을 두게 된 것은 약 6년간 교착된 남북관계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박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통일대박론과 드레스덴 선언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북한을 위한 배려다. 흡수통일 전략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박 대통령의 각종 제안은 말이 남북 협력이지 사실은 대북지원 사업이나 마찬가지다. 북핵 문제가 해결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이런 제안을 한 데 대해 환영은 못할망정 비난하는 것은 실망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은 지금이라도 우리 정부가 지난 11일 제의한 남북 고위급접촉을 수용해야 한다. 남북한 관계 개선은 신뢰 회복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상호 불신이 해소되지 않고서는 어떠한 교류·협력 사업도 불가능하다. 신뢰 회복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만남이다. 양측의 책임 있는 당국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상대방의 진의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남북 간에는 지난 2월 고위급접촉을 가진 이후 6개월째 대화가 단절돼 있다.
북한이 광복절 경축사를 비난하면서도 고위급접촉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박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지 않고 ‘남조선 집권자’로 호칭한 것도 관계 개선의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이해된다. 북이 아시안게임 참가 의사를 분명히 한 데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 5주기에 맞춰 화환을 보낸 것 또한 마찬가지로 이해하고자 한다. 한·미 군사훈련 기간 중에 회담을 갖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9월 초쯤 여는 것도 방법이다.
북한은 무엇보다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관광 재개에 관심이 많다. 천안함 폭침과 남한 관광객 총격에 대해 사과 한마디 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이를 선뜻 수용하기는 어렵겠지만 고위급접촉이 열리면 얼마든지 논의는 할 수 있다고 본다. 북한이 남측으로부터 양보를 받아내려면 화해무드 조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시도 때도 없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정례적인 한·미 군사훈련을 비난하며 선제 타격 운운해서는 아무것도 이뤄낼 수 없다.
[사설] 각설하고 북한은 고위급접촉부터 응하라
입력 2014-08-18 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