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으로 작가된다… 하루 신작 300편 ‘웹소설’의 시대

입력 2014-08-18 04:41 수정 2014-08-18 17:21
이지연 작가의 인기 로맨스 웹소설 ‘결혼은 운명이다’의 메인 삽화. 이 작품은 지난해 말 네이버 ‘장르별 웹소설’ 코너에 매주 월·금요일 연재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위 사진은 네이버 베스트 리그 추천 인기작. 네이버 제공

‘영의 시선이 라온을 똑바로 응시했다. 원한다. 오직 한 사람, 너를 원한다. 속마음이 훤히 내보이는 눈빛에 라온이 고개를 돌렸다.’ (윤이수 작가의 웹소설 ‘구르미 그린 달빛’ 중에서)

간결하다. 대화체가 많다. 웹소설 이야기다. 인기 장르는 로맨스. 로맨스만 다루는 로맨스 공모전도 있다. 판타지, 퓨전, 미스터리 장르도 인기다.

3∼5분 안에 읽을 수 있는 한 회에 승부를 봐야한다. 때문에 한 회안에 기승전결과 클라이맥스가 필요하다. 종이책으로 펴낸 소설이 긴 호흡으로 볼 수 있는 영화라면, 웹소설은 연속극이다. 요즘엔 대사 옆에 인물의 캐리커처가 함께 나오고, 주요 장면이 그림으로 서비스된다. 아는 사람은 알지만, 아직도 많은 이에게 낯선 웹소설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네이버에서 활동하는 웹소설 작가만 6만2000명

‘웹소설’이란 용어가 본격적으로 통용된 건 2013년 1월, 네이버에서 웹소설을 출시하면서부터다. 그 전까지는 인터넷 소설 또는 온라인 소설로 불렸다.

네이버에는 챌린지 리그, 베스트 리그, 오늘의 웹소설 등의 코너가 있는데 이중 챌린지 리그는 모든 이에게 개방돼 있다. 정식 작가가 아니어도 글을 쓰고 싶은 누구나 작품을 올릴 수 있다. 여기에 매일 300여편이 올라온다. 이 곳에서 활동 중인 아마추어 작가는 6만2000명, 그동안 공개된 작품은 총 17만편이다.

이중 심사를 통해 베스트 리그까지 올라간 작품은 300여편에 불과하다. 상당히 엄선된 만큼 작품성이 높다. 오늘의 웹소설 코너를 통해 정식 연재 중인 작가는 99명. 이들은 고정 수입이 발생하는 직업 작가다.

필명 ‘클랜시’로 활동 중인 웹소설 작가는 “예전에는 아마추어가 글을 공개할 수 있는 공간이 제한적이었는데 네이버 웹소설을 통해 획기적으로 많은 독자를 만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웹소설이 가장 활발하게 유통되는 곳은 네이버다. 그 외 문피아, 바로북, 조아라, 북팔, 카카오페이지 등이 있다. 북팔에는 올 상반기 월평균 43만명이 방문했다. 북팔은 수준 높은 작가 모집을 위해 공모전을 개최하고, 수상자를 대상으로 종이책으로 펴낼 수 있는 기회도 주고 있다.

후발주자인 카카오페이지는 최근 무료 앱 다운로드 순위에 1위에 올랐다. 국내 인기 작가의 신작을 무료로 만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종이책·드라마·영화로도 변신

인기 웹소설은 이미 전자책을 통해 출간되거나 종이책으로도 나왔다. 네이버 연재소설 중 종이책으로 출간된 것은 백묘 작가의 ‘헬로우 웨딩’(총 4권) 등 22종이다.

지난 2월 출판된 김나영 작가의 ‘이매망량애정사’(제1회 네이버 웹소설 공모전 대상 수상작)는 열흘간의 예약방문기간 동안 100권 이상 판매됐다. 신인작가의 작품으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지난달에는 인기 웹소설 ‘뱀파이어의 꽃’이 웹드라마로 제작돼 방영되기도 했다. 영화 판권 계약이 완료된 웹소설도 있다.‘원소스 멀티유즈’(하나의 콘텐츠를 영화 드라마 등 여러 형태로 활용하는 것) 시대가 열린 셈이다.



유명 작가는 억대 연봉 스타

웹소설 작가의 수입은 천차만별. 인기 작가의 경우 한달 수입이 대기업 회사원 연봉수준이다. 최근 웹소설을 제공하는 곳이 많아지고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지면서 작가들의 활동 영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종이책의 경우 작가 인세가 10% 이하지만 전자책은 50% 수준으로 높다. 네이버는 연재 작가에게 고료를 지급하고, ‘미리보기’ 유료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나눈다.

웹소설 인기 작가로는 백묘, 유오디아, 훈자, 윤이수, 이대성, 장영훈 등이 있다. 이들 중에는 작가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다가 웹소설을 통해 인기 작가로 거듭난 사람도 많다. 주부, 대학생, 학원강사, 중학교 교사 등 이전 직업도 다양하다. ‘구르미 그린 달빛’이라는 작품으로 스타가 된 윤이수씨는 산후우울증 극복을 위해 소설을 시작한 경우다.

웹소설은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장벽을 낮추고, 다양한 콘텐츠가 나올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출판사 네오북스의 최민석 과장은 “웹소설의 인기 속에 진지한 주제를 다루는 깊이 있는 정통 소설의 입지가 줄어드는 게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