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사태 퍼거슨市 비상사태 선포… 야간 통행금지

입력 2014-08-18 03:30
10대 비무장 흑인에 대한 경찰의 총격 사망사건 이후 소요가 계속되고 있는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시에 16일(현지시간)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제이 닉슨 미주리 주지사는 “퍼거슨 시민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사건이 발생한 세인트루이스 교외를 중심으로 야간 통행금지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야간 통행금지는 16일 자정부터 17일 새벽 5시까지다. 야간 통행금지가 시행되면서 대부분 시위대는 해산하고 거리는 조용하다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다만 100여명의 시위대가 비가 뿌리는 가운데서도 “정의 없이는 통행금지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지속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을 체포하지는 않았다.

닉슨 주지사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에도 주민들은 항의성 질문과 야유를 쏟아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한 주민은 “우리는 잠이 아니라 정의가 필요하다”고 외쳤다. 비상사태는 전날 밤 시위대 중 일부가 도심 가게를 약탈하고 이에 경찰이 최루탄을 다시 터뜨리며 진압을 벌인 뒤 이뤄졌다. 10대로 보이는 소수 흑인들에 의해 최소한 가게 4곳이 털렸다고 경찰은 밝혔다.

한때 진정 기미를 보이던 소요사태가 재발한 것은 퍼거슨시 경찰 당국이 15일 희생자 마이클 브라운(18)으로 보이는 청년이 사망 직전 상점에서 담배를 훔치는 모습을 담은 CCTV 화면을 전격 공개했기 때문이다. 경찰의 절도 장면 공개는 유족과 시위대의 강력한 반발을 부르며 사태를 악화시켰다. 경찰은 또 브라운에게 총을 쏜 경관이 대런 윌슨이라고 말했다. 경찰 측은 그의 인종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목격자는 백인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특히 이 비디오 공개를 놓고 퍼거슨시 경찰 당국과 미 법무부 간 갈등설도 터져 나왔다. NYT는 현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연방 법무부나 현재 퍼거슨시의 치안을 담당하는 미주리주 고속도로순찰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퍼거슨시 경찰이 브라운의 절도 장면을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절도 장면이 공개되면 소요가 한층 더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법무부가 반대했음에도 퍼거슨시 경찰이 독단적으로 실행했다는 것이다.

퍼거슨시에는 미국의 저명 흑인 지도자들이 속속 도착해 항의 시위와 기도회를 이끌고 있다. 인권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를 포함한 수십명의 종교인이 브라운이 사망한 곳에 모여 집회를 열었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포스트(WP)는 브라운이 윌슨 경관에 의해 ‘처형 방식’으로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는 핵심 목격자의 증언을 소개했다.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던 브라운의 친구 도리언 존슨이 연방수사국(FBI)에 진술한 바에 따르면 지난 9일 밤 두 사람이 도로 한가운데를 걷는 것을 본 윌슨이 욕설을 하며 보도로 갈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들이 거절하자 윌슨은 순찰차의 창문 밖으로 손을 뻗어 브라운의 멱살을 잡은 뒤 총을 꺼내 쐈다. 이후 윌슨은 브라운이 두 손을 들었음에도 밖으로 나가 쫓아가며 대여섯 발을 추가로 쐈다고 WP는 주장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