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승승장구 ‘명량’이 관객과 영화계에 남긴 과제들

입력 2014-08-18 03:03
이순신이 마침내 ‘아바타’도 넘어섰다. 이순신의 명량해전을 바탕으로 한 영화 ‘명량’이 ‘아바타’(1362만명)의 역대 최다 흥행기록을 갈아 치운 데 이어 하루 만인 17일 1400만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명량은 외국 영화에 내준 지 5년 만에 흥행 순위 1위 타이틀을 되찾으며 한국 영화의 자존심도 살렸다. 개봉 18일 만에 대기록을 작성한 명량은 평일에도 50만명 안팎, 주말에는 70만명 안팎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다 예매 점유율 1위, 좌석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어 당분간 신기록 행진은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꿈의 2000만 달성까지 예상하고 있다.

온 국민이 다 아는 뻔한 내용의 이 영화가 전대미문의 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기존 사극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깨는 음악과 실감나는 CG(컴퓨터 그래픽)를 들 수 있다. 명량은 시시각각으로 변화는 전쟁의 서사를 살리기 위해 16세기 말∼18세기 중반의 장중한 바로크 음악을 스크린에 깔았다. 임진왜란이 발생한 시기와 비슷한 시대의 서양 음악을 사용함으로써 공감을 높인 것이다. 또 전쟁의 중심이 되는 조선 판옥선을 생생하게 보여주기 위해 각종 사료를 바탕으로 실제 사이즈의 배 8척을 만들었고 나머지는 CG로 300여척의 배를 구현했다. 시의적절하고 의미심장한 명대사들도 흥행 돌풍의 공신 중 하나다. 배급사의 스크린 독과점에다 예술적 측면에서 실망스럽다는 관객들도 있지만 한국 영화의 지평을 새로 연 점은 분명하다.

여기에 세월호 참사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이순신 장군을 그리워하는 심리는 명량 흥행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충(忠)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며 백성과 나라를 살려낸 이순신의 진정한 리더십을 우리 사회가 애타게 갈망하고 있는 셈이다. 영화로 촉발된 이 같은 ‘이순신 돌풍’은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명량으로 부활한 이순신 장군을 통해 각계각층의 우리 지도자들이 다시 한 번 스스로를 되새겨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